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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가 명심해야 할 열 가지 과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작은 충성은 큰 충성의 적이다.

둘째, 작은 이익을 탐내다 큰 이익을 잃는다.

셋째, 행실이 이상하고, 제후에게 무례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패가망신의 원인이 된다.

넷째, 헌신적으로 정치를 하지 않고, 음악을 즐기게 되면 자기 마음을 괴롭히고 막다른 길이 된다.

다섯째, 탐욕과 고집으로 이득에만 열중하면 나라를 망치고 목숨을 잃는다.

여섯째, 여악에 빠져 국가의 정치를 돌보지 않으면 망국의 원인이 된다.

일곱째, 수도를 떠나 멀리 여행하며, 충고를 듣지 않으면 일신상 위태롭다.

여덟째, 과실을 범했으면서 충신의 말을 듣지 않고 자기 고집대로 하면, 명예를 잃고 남의 조롱감이 된다.

아홉째, 자국의 힘을 믿지 않고, 외국 세력에 의지하는 것은 국토를 빼앗기는 화근이 된다.

열째, 나라가 작은 데도 예의를 지키지 않고, 충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멸망한다.

 

 

1. 작은 충성은 큰 충성의 적이다.

 

작은 충성이란 무엇인가. 초나라 공왕이 진나라의 여공과 언능에서 싸웠을 때, 초나라의 군대는 패하고 공왕은 눈에 부상을 입었다. 싸움이 한창일 때, 장군 자반은 목이 말라 물을 마시고 싶었다. 이때 곡양이 술을 권했다. 자반이 말했다. “치워라, 술은 마시지 않겠다.” 곡양이 재빨리 다시 말했다. “술이 아닙니다.” 그래서 자반이 술을 마셨다. 그러나 자반은 원래 술을 좋아했기 때문에 술을 모두 마시고 취하고 말았다. 이윽고 전투가 끝났지만, 공왕은 다시 싸우기 위해 자반을 출전시키려 했다. 그러나 자반은 술에 취해 있었으므로 가슴이 아프다는 핑계로 거절했다. 공왕은 자반의 천막에 들어가서 자반이 술에 곯아떨어진 것을 확인하고 돌아와서 말했다. “오늘 전투에서 나는 부상을 입었다. 믿을 것은 자반 장군뿐이다. 그러나 장군마저 취해 있다. 그는 초나라를 잊고 우리 군대의 곤경을 경시하고 있다. 나는 이제 싸울 뜻이 없어졌다.” 그리고는 자반을 중형에 처하라고 명령했다. 곡양이 자반에게 술을 권한 것은 그를 해치려 한 짓이 아니다. 그 본심은 자반을 위한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를 죽게 한 것이다. 그래서「작은 충성을 행하는 것은 큰 충성의 적이 된다」라고 하는 것이다.

 

 

2. 작은 이익을 탐내다 큰 이익을 잃는다.

 

작은 이익을 생각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진나라의 헌공은 우나라로부터 길을 빌려 통과한 다음 괵을 정벌하려고 했다. 대부 순식이 말했다. 군주께서는 수극에서 산출한 미옥과 굴에서 산출한 말을 우공에게 보내어 길의 차용을 부탁하신다면 그는 반드시 허락할 것입니다.” 헌공이 반문했다. “수극의 옥은 우리 조상의 보배이며, 굴에서 나온 말은 내가 사랑하는 준마이다. 만일 우공이 내 선물을 받고서 길을 빌려주지 않으면 어떻게 할 셈인가?” 순식이 말했다. “그가 길을 빌려줄 생각이 없으면 선물을 받지 않을 것입니다. 만일 우리에게 길을 빌려준다면 언젠가는 우를 멸망시켜 본전을 찾게 될 것이니, 보배를 버린다 하더라도 울 안의 창고에서 울 밖의 창고로 옮기는 셈이 되고, 말 또한 울 안의 마구간에서 울 밖의 마구간으로 옮겨 놓는 셈이 되니 염려하지 마십시오,” 헌공은 순식을 시켜 수극의 옥과 굴에서 나온 말을 우공에게 보내어 길을 빌려줄 것을 요청했다. 우공은 그 요구를 들어줄 작정이었으나 궁지기가 이렇게 진언했다. “진의 요구를 들어주어서는 안됩니다. 우리나라 곁에 괵이 있는 것은 수레의 밑바닥에 사잇판자가 있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만일 진에게 길을 빌려주면 괵은 망할 것이고, 우리나라도 마침내 멸망하게 될 것입니다. 빌려주시면 안됩니다.” 이 말을 듣고도 우공은 옥과 말이 탐이 나서 간언을 듣지 않고 진에게 길을 빌려주었다. 순식은 괵을 정복하고 다시 삼년 후에 우를 정복하고 말았다. 그 때 순식은 그 전에 우공에게 준 말을 끌고, 옥을 가지고 와서 헌공에게 전했다. 헌공은 기뻐하며 말했다. “옥은 그대로이고, 말은 많이 성장했구나.” 우공의 군대가 패하고 국토가 깎인 것은 사소한 이익에 사로잡혀 나라가 망하는 큰 손해를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작은 이익을 탐내다가 큰 이익을 잃는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3. 행실이 이상하고 무례하면 신세를 망친다.

 

행실이 이상하다는 것은 무엇인가. 초나라의 영왕이 신에서 제후와 회합했을 때 송나라의 태자가 늦게 도착했기 때문에 화가나서 그를 체포하여 감금했다. 그리고 서의 군주를 멸시하고, 제나라의 경봉을 구금했다. 그러자 시중을 드는 자가 충고를 했다. “제후의 회합에는 예의가 필요합니다. 예의를 지키고 안 지킴에 따라 국가존망이 달려 있습니다. 옛날 걸이 유계 땅에서 회합을 마련한 적이 있었는데, 유민에게 배반을 당했었습니다. 예의를 결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헤아려 살피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영왕은 간언을 듣지 않고 고집대로 처리했다. 십 년도 채 못되어 영왕이 남쪽으로 여행을 하자 신하들이 그 틈을 타 왕을 위협했다. 영왕은 건계에서 굶어 죽었다. 그러므로 행실이 이상하고 고집대로 하다가 제후에게 무례한 태도를 취한다는 것은 신세를 망치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4. 음악에만 빠지면 자신과 나라를 망친다.

 

음악을 즐긴다고 함은 옛날 위나라 영공이 진나라로 가는 도중 복수의 물가에 닿아 수레에서 말을 풀고 천막을 치고 쉬는데 밤중에 들어보지 못한 음악 소리가 들려 사방을 찾아보도록 명하였으나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사연을 불러 이렇게 말했다. “신기한 음악이 들려 찾아보았으나 아무도 없었고, 신선의 음악과 같았다. 그것을 잘 들어보고 악보를 만들도록 하라.” 사연은 단정히 앉아 악보를 만들었다. 이튿날 왕에게 이렇게 보고했다. “소신이 그것을 만들기는 하였습니다만, 아직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하룻밤만 더 기다려 주십시오.” 이튿날이 되어 완성하고 진나라를 향하여 출발했다. 진나라의 평공이 잔치를 베풀게 되자, 영공이 일어서서 그 음악을 들려주겠다고 했다. 사연은 거문고를 퉁겨 그 음악을 연주했다. 그런데 곡이 끝나기도 전에 사광이 거문고를 누르며 말했다. “이것은 망국의 음악이니 끝까지 해서는 안됩니다.” 평공은 그 음악의 내력을 물었다. 사광이 대답했다. “이 곡은 주(紂)나라의 악사인 사연의 작품으로 주왕을 위하여 음탕한 음악을 지은 것입니다. 주(周)나라의 문왕이 주(紂)를 토벌할 때, 사연도 동쪽으로 도주하여 복수에서 투신자살하였습니다. 그래서 이 곡은 복수의 강변에서만 들을 수 있는데 맨 처음 듣는 자는 그 국가를 유린당한다 합니다.” 그러나 평공은 말했다. “나는 음악을 좋아한다. 부디 끝까지 들려다오.” 사연은 거문고를 다시 들어 음악을 마쳤다. 평공이 사광에게 물었다. “이것은 무슨 가락이라 하오.” 사광이 대답했다. “이것은 세상에서 말하는 청상입니다.” 평공이 다시 물었다. “청상이 가장 슬픈 곡인가?” 사광이 대답했다. “그것은 청치에 따르지 못합니다.” 평공이 말했다. “그렇다면 그것을 들려다오.” 사광이 말했다. “안됩니다. 옛날 이 곡을 들은 군주는 모두가 덕을 갖춘 군주였습니다. 생각건대 군주께서는 덕을 갖추고 있지 못하시니 이 곡을 들을 만한 자격이 없다 생각됩니다.” 평공이 말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음악뿐이다. 그러니 들려다오.” 그래서 사광은 어쩔 수 없이 음악을 들려주었다. 곡이 끝나자 검은 학 여덟 마리가 두 줄이 되어 남쪽에서 날아와 복도의 문에 앉았다가 다시 두 번째 곡이 시작되자 학은 한 줄이 되었고, 세 번째 곡을 퉁기자 학은 목을 빼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 깃 소리는 궁상의 음악이 되어 하늘에까지 미치었다. 평공은 크게 만족했다. 그리고 사광에게 다시 물었다. “음악 중에 정치보다 더 슬픈 것은 없는가?” 사광이 대답했다. “청각을 따르지는 못합니다.” 평공이 말했다. “그렇다면 이 번에는 그 곡을 들려다오.” 사광이 대답했다. “안됩니다. 옛날 황제가 귀신을 태산 위에 집합시켰을 때, 상아로 단장한 수레에 타고, 여섯 필의 교룡이 끌게 하고 나무의 신인 필방은 수레바퀴를 지키게 하며, 치우는 앞을 다스리게 하며, 풍신에게는 먼지를 털게 하며, 우신은 길에 물을 뿌리게 하고, 호랑이는 길 안내를 하게 하여 산 위에 이르러 귀신들을 모두 모이게 하여 청각의 곡을 만들었습니다. 덕이 미약하신 군주께서는 들을 자격이 없으니, 이것을 듣게 되면 흉한 일이 일어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평공은 고집을 꺾지 않았다. “나는 이미 늙었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제발 음악이나 들려다오.” 사광이 하는 수 없이 다시 거문고를 들었다. 사방에서 검은 구름이 모여들면서 바람이 세차게 불고 큰비가 쏟아졌다. 기왓장이 떨어지며 식기가 부서졌다. 모두 도망가고, 평공은 엎드렸다. 그후 진나라는 3년 간 가뭄 때문에 땅에 풀이 나지 않았다. 평공 자신은 병이 나 병석에 눕게 되었다. 정치에 열중하지 않고 음악을 좋아하면 평공과 같이 고생 끝에 죽게 되는 것이다.

 

5. 탐욕과 고집은 망국과 망신의 원인이다.

 

탐욕, 고집이란 무엇인가? 옛날 지백요가 조나라와 한나라와 위나라의 군대를 이끌고 범과 중행을 멸망시키고 귀국하여 사병을 쉬게 한지 5년 후에 사신을 한나라에 파견하여 땅을 요구했다. 한강자는 그 무례하고 무도함에 노하여 주지 않으려 했으나 단규가 이렇게 충고했다. “주지 않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지백이란 자는 탐욕스럽고 고집불통입니다. 만일 주지 않으면 한나라를 공격해 올 것입니다. 주십시오. 그는 맛을 들여 또 다른 나라에게 토지를 요구할 것입니다. 그 나라는 승낙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지백은 반드시 전쟁을 일으킬 것입니다. 그때 우리는 정세를 보아가며 처치를 해야 할 줄 압니다.” 강자는 사신을 보내어 1만 가호가 있는 땅을 나눠주었다. 지백은 기뻐하고 맛을 들인 그는 위선자에게 사람을 보내어 토지를 요구했다. 위선자는 주지 않으려고 했으나 조가는 이렇게 충고를 했다. “그가 토지를 요구하여 한나라는 그것을 주었습니다. 지금 우리 위나라에게 토지를 요구하고 있는데 주지 않으면 우리 위나라는 중간에 끼어 혼자 강한 체 해보았자, 밖으로 지백을 노하게 만드는 것이 됩니다. 만일 주지 않으면 그는 반드시 공격해 올 것입니다. 그러니 주어야 합니다.” 선자는 1만 가호가 있는 현을 할양했다. 지백은 다시 사신을 조나라에 보내어 땅을 요구했다. 조양자가 이를 거절하자 지백은 한나라와 위나라와 동맹하여 조나라를 정벌하려고 했다. 조양자는 전략가 장맹담을 불러 말했다. “도대체 지백은 겉으로는 친한 척 하면서 속으로는 음흉하다. 지금 세 차례나 한나라와 위나라에 사람을 보냈는데도 우리에게 아무런 소식이 없다. 그들 사이에 밀약이 있어 우리를 공격할 모양이다. 우리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는가?” 장맹담이 대답했다. “저 동알자는 일찍이 선군(先君)인 조간자를 섬긴 재신입니다. 그 동알자가 진양을 다스리는 동안 윤탁도 그 뒤를 따라 선정을 베풀었는데 그 영향이 지금까지 남아 있으므로 군주께서는 진양을 근거지로 할 수밖에 없을 줄로 압니다.” 조양자는 연릉생을 불러 전차와 기병을 인솔하여 진양으로 보내고, 자기는 그 뒤를 따랐다. 도착하여 성이나 5관의 창고를 순시해 보니 성은 파괴된 채이고, 창고에는 곡식이 없었고, 금고에는 돈이 없었으며, 무기창고에는 갑옷이나 무기가 없고, 또 고을을 방어하는 시설도 없었다. 양자는 걱정 끝에 장맹담을 불렀다. “성과 5관의 창고를 순시했는데, 모두가 비어 있다. 이래가지고는 싸울 수가 없지 않겠는가?” 장맹담이 대답했다. “제가 아는 바로는 성인이 정치를 하게 되면 재물은 백성들이 간직하게 하고 정부는 창고에 모아두지 않으며, 힘써 백성을 선도하면 그것이 곧 성을 이루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군주께서 명령만 내리시면 백성들은 3년 동안의 식량만 남겨 두고 나머지 곡식이 있는 자는 이것을 정부에 바칠 것입니다. 또 3년 분의 생활비를 제하고 나머지 돈이 있는 자는 정부의 금고에 바칠 것이며, 또 한가한 사람이 있으면 동원하여 성을 고칠 것입니다.” 양자가 명령을 내리고 하루가 지나자, 창고에는 곡식과 돈과 무기가 가득히 쌓이게 됐고, 5일이 지나자 성이 수리되었으며, 방어는 완전하게 되었다. 그러자 양자는 또 장맹담을 불러 이렇게 말했다. “성의 수리도 끝나고 수비도 완전하다. 돈, 양식, 무기도 충분하다. 그런데 화살이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장맹담이 대답했다. “동알자가 진양을 다스리고 있었을 때, 공궁에 적고라는 풀과 호초라는 나무로 울타리를 삼았는데, 지금 그것이 사람 키만큼 자랐으니 그것으로 화살을 만드십시오.” 그래서 양자는 그것으로 화살을 만들어 사용해 보니, 다른 것 못지 않게 견고했다. 양자는 또 장맹담에게 상의했다. “그런데 화살촉이 없지 않느냐?” 장맹담이 말했다. “궁전의 장식물이 모두 훌륭한 구리로 장식되어 있는데 그것을 사용하면 어떻겠습니까?” 그리하여 화살촉도 풍부해졌다. 방어 준비를 모두 마치자 예상한대로 3국이 공격을 해왔다. 적군은 진양성을 포위했으나 3개월이 지나도 함락시키지 못했다. 그래서 진수를 몰아 성을 물로 공격했다. 그러나 성 안 사람들은 물을 피하여 새둥지처럼 나무 위에 집을 짓고 생활했다. 그러니 이제는 양식이나 물자가 떨어지고, 장병들은 신음하기 시작했다. 양자는 장맹담에게 상의했다. “양식이나 물자가 떨어지고 장병들이 병들어 신음하니, 항복하려 하는데 어느 나라에 항복하는 것이 좋겠는가?” 장맹담이 대답했다. “나라가 망하려고 할 때, 나라를 지탱하지 못하고 안전을 회복하지 못하게 될수록 지혜가 필요합니다. 항복할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만일 허락하신다면 신이 몰래 빠져나가 한나라와 위나라의 왕을 만나보고 오겠습니다.” 장맹담은 한나라와 위나라의 두 왕을 만나서 다음과 같이 설득했다. “저는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속담을 들어 알고 있습니다. 지금 지백은 두 군주를 이끌고 조나라를 정벌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조나라가 망하면 그 다음은 당신들 두 나라의 차례일 것입니다.” 두 왕이 대답했다. “당신 말이 옳습니다. 그러나 지백이란 자는 음흉하므로, 우리들의 모사를 알게 되면 반드시 행패를 부릴 것입니다. 그것을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장맹담이 말했다. “모사는 두 왕과 나만이 알고 있을 뿐입니다.” 그리하여 한, 위, 조 3나라가 진나라를 배반할 것을 약속했다. 장맹담은 이 사실을 양자에게 보고했다. 한편 두 왕은 군문에서 지과를 만났다. 지과는 두 왕의 눈치가 이상하자 돌아와 지백에게 말했다. “한과 위 두 왕은 무엇인가를 음모하고 있습니다. 그 걷는 태도가 오만하며, 평소의 얌전한 거동이 없었습니다. 그러므로 선수를 써야 할 줄로 압니다.” 지백은 그 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나는 두 왕과 굳게 약속했다. 조나라를 멸망시켜 그 땅을 삼등분하기로 약속했다. 결코 침략하거나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군대는 진양을 3년 동안 포위하고, 머지 않아 함락시킬 수 있는 상태에 있다. 그런데 딴 생각을 할 턱이 없다.” 이튿날 아침 한, 위 두 왕이 지백을 만나고 돌아서려 할 때, 군문에서 또 지과를 만났다. 지과는 지백에게 돌아가 말했다. “제가 드린 말씀을 두 왕에게 하셨습니까?” 지백이 말했다. “어떻게 그것을 아느냐?” 지과가 대답했다. “오늘 두 왕의 눈치로 알 수 있었습니다. 어쨌든 두 놈을 죽여야 합니다. 만일 죽이지 않겠다면 더욱 가까이 지내십시오.” 지백은 가까이 할 수 있는 방법을 물었다. 지과가 말했다. “위선자의 모신은 조과이고, 한강자의 모신은 단규라고 합니다. 이 두 사람은 그 군주를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왕께서 그들에게 약속하시되, 조나라를 친 다음 각각 1만의 가호가 있는 고을에 책봉하겠다고 말씀하십시오.” 지백은 이 말을 거절하며 말했다. “조나라를 격파한 뒤에 3등분하는 외에 또 두 신하에게까지 땅을 주게 되면 내 소득이 없지 않겠느냐. 그러니 그것은 안 된다.” 지과는 자기 주장이 거부되자 돌아와서 그 이름을 보씨로 바꾸어 화를 피하기로 했다. 얼마 후에 조나라는 성에서 나와 제방을 지키는 관리를 살해하고 그 물을 지백의 군대가 있는 곳으로 흘러가게 했다. 지백의 군대가 물을 막고자 혼잡을 이루고 있을 때를 기다려 한, 위 두 나라의 군대가 그들을 협공했다. 양자는 장병을 이끌고 정면에서 공격하여 지백의 군대를 격파하고 지백을 사로잡았다. 지백은 되려 천하의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그러므로 탐욕과 고집으로 이익을 얻으려 하면 나라가 망하고 망신을 당하기 마련인 것이다..

 

6. 여악에 빠지면 멸망한다.

 

여악(女樂)에 빠진다는 것은 무엇인가? 옛날 융왕이 신하 유여를 진나라에 보내어 예물을 바친 적이 있는데, 그 때 진나라의 목공은 유여에게 이렇게 물었다. “나는 도를 많이 들어 왔지만, 눈으로 직접 본 일이 없다. 옛날 명왕이 국가를 흥하고 망하게 한 것은 이유가 어디 있는지 말해 보라.” 유여가 대답했다. “항시 절약하여 나라를 흥하게 하였고, 사치로 나라를 망하게 했다 합니다.” 목공이 다시 물었다. “나는 체면을 무릅쓰고 도를 물었는데 그렇게 대답을 하다니, 다른 뜻이 또 있는가?” 유여가 설명했다. “옛날 요임금이 천하를 다스릴 때 최고의 지위에 있으면서 질그릇에 음식을 먹는 등 검소한 생활을 했기 때문에 그 영토가 광대했으며, 천하에 순종하지 않는 자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요임금이 물러나고 순임금이 계승하자 아름다운 식기 등을 만들었습니다. 산에서 나무를 베어다 다듬고 칠하여 궁중의 식기로 사용했었습니다. 그래서 순종하지 않는 지방이 13국이나 되었다고 합니다. 순임금이 끝나고 우가 임금이 되자 새로운 제기를 만들어 그 외부를 검게 칠하고 안은 주홍빛으로 물들이며, 비단으로 자리를 만들고, 국자에 칠을 하였습니다. 순과 비교할 때 더욱 사치스러워졌고, 그래서 우를 섬기지 않는 지방이 33국이나 되었습니다. 우의 하우씨는 이미 망했고, 은이 뒤를 계승하자 대로라는 천자가 탈 수레를 만들고, 아홉 개의 깃발을 나부꼈으며, 식기에는 무늬를 넣고, 술잔에는 금박을 하며, 자리는 호화스러웠습니다. 그리하여 은나라에서 이탈한 지방이 53국이나 되었습니다. 상류급은 사치를 이해했지만 복종하는 자는 별로 없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검약이 곧 나라를 흥하게 하는 길이라 말씀드린 것입니다.” 유여가 물러가자 목공은 내사의 요를 불러 말했다. “이웃나라에 성인이 있다는 것은 두통거리가 된다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 유여는 성인이다. 어찌하면 좋겠는가?” 내사 요가 말했다. “융왕의 거주지는 변두리이며 중앙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므로, 중원 음악을 듣지 못한 모양입니다. 그러니 그 나라에 여악사를 보내어 정치를 문란케 하고, 유여가 우리나라에 오래 머물도록 해서 그가 설득하지 못하도록 하십시오. 군주와 신하 사이에 틈이 벌어진 다음에 또 다른 대책을 세워야 할 줄 압니다.” 목공은 여악사 16명을 융왕에게 보내는 한편, 유여의 체재기간의 연기를 부탁하자 허가해 주었다. 융왕은 여악사와 더불어 매일 주연을 베풀고 있는 동안, 목초를 찾아 이주할 것도 잊고 있다가 소나 말을 반 가량이나 죽이고 말았다. 그러자 유여가 귀국하여 그 꼴을 보고 융왕에게 충고하였는데도 왕은 막무가내였다. 유여가 융을 떠나 진나라로 다시 가게 되자 목공은 기쁘게 맞으며 높은 벼슬을 주고, 융의 병력과 지형을 물어 조사를 마치자 융을 정벌했다. 그리하여 12국을 아울러 정복하고 영토를 사방으로 확대했다. 그러므로 여악을 탐닉하여 국정을 돌보지 않으면 멸망한다는 것이다.

 

7. 국도를 떠나 멀리 여행하는 것은 위험하다.

 

국도를 떠나 멀리 여행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옛날 제나라의 전성자는 멀리 바닷가로 여행을 갔다가, 즐거움에 빠져 모든 신하에게 명하여 돌아가자고 하는 자는 사형에 처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안탁취가 말했다. “지금 왕께서는 물놀이를 즐기고 계십니다만, 만일 부재중에 나라를 넘보는 자가 있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런 생각을 하시면 즐길 마음이 나지 않으실 것입니다.” 전성자가 말했다. “돌아가자고 하는 자는 사형에 처하겠다고 말하였는데 지금 내 명령을 어겼으니 내버려 둘 수가 없다.” 그리고는 창으로 그를 찌르려고 했다. 그러나 안탁취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옛날 하나라의 걸왕은 관용봉을 죽였고, 주는 형인 왕자 비간을 죽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왕께서는 나를 죽여 충신을 죽인 예를 하나 더 만들려 하십니다. 그러나 제 진언은 오직 나라를 위해서이지 제 개인을 위해서가 아닙니다.” 그리고 목을 내밀면서 말했다. “제 목을 치십시오.” 그러자 전성자는 깨달은 바가 있어 귀국을 했다. 도착한 후 3일 째 되는 날 전성자를 국내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려는 음모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전성자는 무사할 수가 있었다. 그러므로 국도를 떠나 멀리 여행한다는 것은 위험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8. 충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웃음거리가 된다.

 

과실을 범하면서도 충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옛날 제나라의 환공이 제후를 몇 차례나 모아 천하를 다스려 통일하고, 패왕이 된 적이 있었다. 관중이 그를 보좌했었는데 그가 늙어 보좌하지 못하게 되자 은거 생활을 하게 되었다. 어느날 환공이 그를 찾아가서 물었다. “중부께 불행한 일이라도 생기시면 누구에게 정치를 맡기면 좋겠습니까?” 관중이 대답했다. “저는 이제 노망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신하를 아는 데는 군주를 따를 자가 없고, 자식을 아는 데는 어버이를 따를 자가 없다고 했습니다. 왕께서 정하셔야 할 것입니다.” 환공은 물었다. “포숙아가 어떻겠습니까?” 관중이 대답했다. “안됩니다. 포숙아는 인물이 사납고 고집이 세며 포악합니다. 사나우면 백성을 난폭하게 다룰 것이며, 고집이 세면 인망을 얻지 못할 것이며, 포악하면 백성이 일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 그는 생각이 천박하므로 패자의 보좌에는 부적당합니다.” 환공이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수조는 어떻겠습니까?” 관중이 말했다. “안됩니다. 누구나 자기를 소중히 여기는 것이 인정입니다. 그런데 수조는 왕께서 질투심이 강하고 여자를 좋아하기 때문에 내시가 되어 궁정 안에 들어왔습니다. 이와 같이 자기 몸마저 소중히 하지 않는 자가 어찌 군주를 섬기겠습니까?” 환공이 물었다. “위나라의 공자 개방은 어떻겠습니까?” 관중이 대답했다. “안됩니다. 제나라와 위나라 사이는 불과 10일 거리밖에 되지 않는데, 개방은 왕의 비위를 맞추려고 15년 동안이나 위나라에 있는 아버지에게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부모를 섬기지 못하는 자가 어찌 군주를 섬기겠습니까?” 환공이 물었다. “역아는 어떻겠습니까?” 관중이 대답했다. “안됩니다. 역아는 원래 궁정 요리사로써 왕께서 아직 잡수어 보시지 못한 음식은 사람고기 뿐이라 하여 제 장남을 삶아 왕께 바친 적이 있었습니다. 자기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자가 어찌 군주를 사랑할 수 있겠습니까?” 환공이 물었다. “그렇다면 누가 좋겠습니까?” 관중이 대답했다. “습붕이 좋을 것입니다. 그 인물은 마음이 견실하며 행실에 절도가 있고, 또 욕심이 없으며, 신의가 두텁습니다. 마음이 견실하면 사표가 될 수 있으며 임무를 맡길 수 있고, 욕심이 없으면 민중을 다스릴 수 있고, 신의가 두터우면 이웃나라와 친교를 맺을 수 있습니다. 이 인물이 바로 패자를 보좌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후 1년이 지나 관중이 죽었다. 그런데 환공은 습붕 대신 수조에게 정치를 맡겼다. 수조가 집권하고 3년이 되었다. 환공은 남쪽의 당부에 유람을 했는데, 수조는 그 틈을 타 역아, 개방 그리고 그 밖의 무리들과 반란을 일으켰다. 환공은 귀국했으나 먹을 것이 없어 남문의 수문장이 있는 초소에서 죽고 말았다. 환공이 죽은 뒤 3개월이 되도록 매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입 속에서 구더기가 기어 나오는 형편이었다. 관중의 진언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과실을 범했으면서도 충신의 말을 듣지 않고, 고집을 세우는 것은 결과적으로 웃음거리가 되는 것이다.

 

9. 외세를 믿는 것은 국토를 잃는 근본이다.

 

자기 나라의 힘에 의하지 않고 외국의 세력에 의지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옛날 진나라가 한나라의 의양을 공격하여 한나라의 운명이 절박했던 때가 있었다. 재상 공중붕이 한왕에게 이렇게 말했다. “동맹국은 믿을 수 없으니, 장의의 외교로 진나라와 화평을 맺는 편이 상책이라 생각됩니다. 한나라의 유명한 물건을 진나라에 뇌물로 주시고, 함께 남쪽으로 가셔서 초나라를 치십시오. 그렇게 하면 진나라에 대한 걱정을 할 것도 없고, 진나라는 초나라를 공략할 것입니다.” 한왕은 진나라와 화평을 하기로 했다. 초왕은 이 말을 듣고 진진을 불러 상의했다. “지금, 한나라의 공중붕이 서쪽으로 가서 진나라와 화평을 맺으려 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 진진이 대답했다. “진나라는 한나라의 서울을 공략하여 정병을 이끌고 진나라와 한나라가 하나가 되어 초나라를 치려고 합니다. 이 일은 이미 진왕이 선조의 종묘 앞에서 그 성공을 축원하던 일입니다. 그러니 초나라는 해를 입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왕께서는 빨리 사신을 한나라에 보내 예물을 바치고, 「우리나라는 작은 나라입니다만 귀국을 돕기 위해 많은 병력을 동원했습니다. 그러므로 귀국에서는 진나라에 대하여 뜻대로 하십시오. 그리고 귀국에서 사신을 우리나라에 보내 동원 상태를 시찰 하셔도 좋습니다.」라고 말하도록 하십시오.” 일이 성사되어 한나라는 사신을 초나라에 파견했다. 초왕은 전차, 기병을 북쪽으로 향하는 길에 즐비하게 세워 놓고, 한나라의 사신에게 귀국하여 한왕에게 초나라 군대는 국경에 집결 중이라는 사실을 보고하라고 말했다. 사신은 돌아가서 한왕에게 그것을 보고하자 왕은 기뻐하면서 공중붕이 진나라로 가는 것을 중지시켰다. 공중붕이 말했다. “안됩니다. 실력으로 우리를 해치는 것은 진나라이며, 말만으로 우리를 구하는 것은 초나라입니다. 초나라의 빈말을 믿고 강국인 진나라의 움직일 수 없는 화를 경시하는 것은 국가를 위태롭게 하는 결과가 됩니다.” 그러나 한왕은 그 말을 듣지 않았다. 공중붕은 화가 나서 돌아간 다음 10일이나 조정에 나타나지 않았다. 진나라의 의양에 대한 공격으로 더욱 절박해져 한왕은 사신을 초나라에 보내 원조를 독촉했다. 그러나 원조는 보내오지 않았다. 의양은 마침내 진나라에 의해 함락되어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그러므로 자국의 힘을 키워 의지하지 않고 함부로 외국의 세력을 믿는 것은 국토를 깎이는 근본이 되는 것이다.

 

10. 작은 나라이면서 무례하면 멸망한다.

 

작은 나라이면서도 예의를 지키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옛날 진나라의 공자 중이가 출국하여 조나라에 들른 적이 있었다. 조나라의 공공은 중이의 늑골이 이상하다는 말을 듣고, 억지로 그의 윗도리를 벗겼다. 이때 이부기가 왕 곁에 있다가 너무나도 무례한 것을 목격하였기 때문에 조왕에게 충고했다. “제가 보기에 중이라는 인물은 보통사람이 아닙니다. 그런데 왕께서는 무례를 범한 것입니다. 만일 중이가 귀국하여 군사를 일으키게 되면, 우리 조나라를 해치게 될 것이니 당장 죽이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그러나 왕은 믿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간 이부기의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자 그의 아내가 물었다. “기분이 좋지 않아 보이는데 무슨 일입니까?” 이부기가 대답했다. “복은 있어도 좀처럼 돌아오지 않지만 화는 빨리 닥치는 법이오. 오늘 왕께서 진나라 공자에게 욕을 보였소. 앞으로 언젠가는 화를 입지 않을까 생각하니 기분이 좋지 않소.” 아내가 말했다. “제가 보기에도 그 공자께서는 대국의 군주가 될 상인데, 지금은 가난해서 유랑하는 것에 불과 합니다. 무례하게 욕을 보였다니 반드시 보복이 있을 것입니다. 조나라가 제일 먼저 당할 것입니다. 그러니 당신은 조왕과 같은 마음이 아니었다는 것을 해명하셔야 할 것입니다.” 이부기는 황금단지 속에 옥을 넣고 그 위에 음식을 덮어 밤중에 그것을 공자에게 보냈다. 공자는 음식은 받았으나 옥은 사양했다. 그 후 공자는 조나라에서 초나라를 거쳐 진나라로 갔다. 진나라에 간 지 3년쯤 되어 진나라의 목공이 신하들을 불러모아 모의를 했다. “옛날 진나라의 헌공이 나와 친밀했었다는 것을 여러분은 이미 알고 있을 것이오. 불행히도 그 헌공이 죽은 지 10년이 되었오. 그런데 뒤를 이은 자들이 바보들이오. 그래서 나는 중이를 원조하여 조나라를 치도록 하려는데 여러분의 의견은 어떻소.” 신하들은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목공은 가죽으로 장비 된 전차 5백대, 정예 기병 2천, 보병 5만을 중이에게 주어 조나라를 치게 했다. 중이는 그전의 보복을 하기 위해서 조나라를 격파했다. 이때 사신이 뛰어와 이부기에게 말했다. “우리나라가 조나라를 격파했습니다. 그러나 귀공은 옛날 예의를 지켰습니다. 그러니 귀댁에 표시를 해주십시오. 병사들에게 댁을 지키도록 명령하겠습니다.” 이부기와 이웃 사람들은 구제를 받았으나, 어쨌든 조나라는 작은 나라였을 뿐 아니라 조나라와 초나라 사이에서 부대끼고 있었기 때문에 누란의 위협 속에 있었다. 그런데도 무례를 범하고 그것이 원인이 되어 국가가 멸망하게 된 것이다. 나라가 작은데도 예의를 지키지 않고, 충신을 말을 듣지 아니하면 멸망하고 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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