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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사 마당에 동백꽃이 고개를 내밀었다. 절 밖 엿 고는 마을에선 이야기꽃이 만발했다. 봄이 한창 무르익을 음력 삼월, 시집을 보내는 복순이네가 폐백 선물로 쓰려고 엿을 주문했다고 한다. 장작불에 정성을 들이던 부부가 엿에 ‘개미’가 있다며 만족한 표정을 짓는다. ‘개미 있는’ 엿(?). 새큼한 맛과 달콤한 맛이 순간 어우러지며 침이 고였다. ‘개미가 있다’는 말은 음식 맛을 보고 나서 발하는 토속 언어다. 기어 다니는 ‘개미’와는 상관없다. 나이 지긋한, 세월의 풍상을 겪은 사람들의 삶에서 자연스레 녹아난 참맛을 이를 때 쓴다.


사전적으로 ‘개미’는 ‘연줄의 강도를 높이기 위해 사용하는 풀과 사기·유리 가루의 혼합물’(개미를 먹이다) 또는 ‘걸러 놓은 술에 뜬 밥알’(개미가 떴다)의 의미로 사용된다. 


위 엿에 나타난 ‘개미 있는 맛’은 달면서 깊은 맛과 감칠맛이 강하다. 이에 달라붙지 않아 먹는 데도 불편하지 않다. 


오랜 시간의 공력과 정성, 즐기는 사람의 기쁨 등을 포함한 것이 ‘개미 있는’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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