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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모어 레너드가 말하는 ‘글쓰기의 10가지 규칙’


2013년, 50편에 가까운 소설을 펴낸 엘모어 레너드(Elmore Leonard)가 87세의 나이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솔직히 레너드의 작품을 하나도 읽어본 적이 없으므로 그가 얼마나 대단한 작가인지는 모른다(요즘 나의 가장 큰 문제는 뭘 모르는데 별로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는 것이겠지만). 세간의 평을 옮겨오면 다음과 같다.


 “그의 문장에는 군더더기가 없다. 문장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위해 가끔은 문법을 무시할 때도 있다. 독자는 글의 주인공들과 함께 호흡하며, 레너드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는다. 작가로서 ‘투명인간’이 되는 데 성공한 사람.”


범죄 소설의 대가, 디트로이트의 찰스 디킨스라는 별명을 가졌던 그는 어니스트 헤밍웨이로부터 비롯된 ‘하드보일드’한 문체를 더욱 끌어올렸다는 평을 받았다. 생전에 “작가는 투명인간이 될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작가는 쓸데없는 말이나 생각을 최대한으로 줄여 독자가 이야기 자체에만 초점을 맞추게 해야 한다“는 독특한 문체관을 가지고 있었던 것.


이런 대가의 충고를, 이제 저세상 사람이 되었다는 이유로 무시할 필요는 없다. 그는 세상을 떠나기 몇 해 전 뉴욕타임스에 ‘레너드의 10가지 작문 규칙(Elmore Leonard’s Ten Rules of Writing)’이란 것을 공개한 적이 있다. 이 글은 김연수가 옮긴 책 『스누피의 글쓰기 완전정복』에도 실려 있다. 자, 다음은 그가 말한 글쓰기의 10가지 규칙이다.



나는 독자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말해주는’ 대신 ‘보여주는’ 걸 선호하는데, 그러기 위해 책을 쓸 때 내 자신의 존재를 숨기는 방법을 쓴다.


만약 언어적 재능과 상상력이 뛰어나고 본인 특유의 훌륭한 목소리를 갖고 있어서 글쓴이의 존재를 숨길 필요가 없다면 이런 것들은 무시해도 좋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아래 규칙들을 한번 훑어보는 게 좋을지도.


    1. 책 초장부터 날씨 얘기 좀 하지 마라.
    2. 프롤로그도 쓰지 말고.
    3. 등장인물 간의 대화를 옮길 때 ‘말했다’ 외에 다른 동사를 쓰지 마라.
    4. 그리고 3번의 ‘말했다’를 수식하지 마라(큰 소리로 말했다, 공포에 떨며 말했다, 못 이기는 척 말했다 등).
    5. 느낌표는 적당히 써라.
    6. ‘갑자기’라든가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따위의 표현을 쓰지 마라.
    7. 비속어나 사투리는 가려가며 써라.
    8. 자세한 인물묘사를 피할 것.
    9. 장소나 물건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묘사하지 마라.
    10. 독자가 건너뛰고 싶어 할만하겠다 싶으면 아예 쓰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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