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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어요.
일단 물꼬가 터지자 다다다다 말이 쏟아졌어요.
엄마는 거의 숨도 쉬지 않고 말꼬리를 이어갔어요.
단어를 놓칠까 봐, 기억이 도망갈까 봐, 시간이 더없이
아름다운 이미지를 남겨놓고 다시 달려갈까 봐
두려운 사람처럼요. 엄마는 내 생각을 묻고,
소리 내어 웃고, "무슨 말인지 알겠니?",
"생각해 봐!", "놀라서 기절할 뻔했어!"
라는 말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몰라요.


- 베로니크 드 뷔르의 《다시 만난 사랑》 중에서 -


* 방언이 터졌다고 하지요.
삼키고 묻어두고 묵혔던 이야기가
어느 날 다다다다 터지는 날이 있습니다.
임종이 가까워졌음을 직감한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지난 기억의 편린을 한순간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다시는 못 보거나, 지금 못하면
영원히 놓쳐버릴까 봐 쏟아내고 또 쏟아냅니다.
슬픔과 기쁨, 절망과 희망, 굴곡과 회한이
뒤엉킨 한 엄마의 이야기에서 잃어버린
한 시대의 역사를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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