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결과 나는 우울증이었다. 의사는 내 증세가 그리 심한 편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치료를 잘 따르며 약만 꼬박꼬박 먹으면 나을 것이라고 말이다. 나는 의사가 처방해 준 항불안제와 수면제를 받아 들고 다음 진료를 예약했다.
- 정추위의《아주 느린 작별》중에서 -
* 병이 나면 병원에 가서 검사하고, 진단명이 나오면 의사의 처방과 치료를 받고 약을 꼬박꼬박 먹습니다. 마치 선생님 말씀을 잘 듣는 초등학생처럼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잘합니다. 그렇게 해서 다시 건강해지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합니다. 병이 나면 잠시 자신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왜 그러는 거니?" 무언가 짚이는 것이 있을 것입니다.
우리 인간은 참 특이하게도 현존하지 않는 이야기를 마음에 품고 고통을 이겨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 인간은 진정 스토리텔링 애니멀, 바로 호모픽투스라 할 수 있겠습니다. 지금 이 순간 고통 속에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이야기를 한 번 써봅시다. '나'라는 좁은 관점에서 벗어나 자신이 진정 바라는 더 큰 세상을 그려보면서 말이지요.
- 정용실의《내면의 작은 방》중에서 -
* 누구에게나 '나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인생의 고점과 저점이 모두 이야기의 재료입니다. 지금 현재의 시점에서 미래의 일을 새롭게 써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과거의 일을 새롭게 재조명해 보는 작업도 필요합니다. 과거에 이미 일어났던 일에 대해 내가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평가하며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현재와 미래의 자신이 바뀌기 때문입니다.
박새와 딱새가 재잘거리며 삐약거렸고, 직박구리가 새된 소리를 냈고, 꾀꼬리가 노래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까치들이 울었고, 더 먼 곳에서 오색딱따구리가 나무를 쪼는 소리도 간간이 들렸다. 겨울인 걸 감안하면 햇빛도, 기온도 딱 적당했고, 적당히 습기를 머금은 바람이 불었다. 하늘에는 흰 구름이 천천히 흘러가고 있었다.
- 우다영의《멋진 실리콘 세계》중에서 -
* 옹달샘에서는 새벽 5시면 산새들이 지저귀기 시작합니다. 금속성 알람이 아니라 새소리로 잠에서 깨어납니다. 특히 5월이 되면 새소리는 더욱 풍부해져 그 어떤 오케스트라보다도 아름다운 선율을 선사합니다. 도심 속에서 일상을 보내고 계신 많은 분들이 이곳에 오셔서 새소리를 들으시고 힐링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숲은 언제나 한꺼번에 깨어나지 않는다. 만약 모든 씨앗이 동시에 눈을 떴다면, 숲은 이미 오래전에 무너졌을 것이다. 씨앗은 깨어남을 미루는 독특한 기술을 지녔다. 식물학자들은 이것을 휴면이라 부른다. 그러나 숲의 언어로 보면, 휴면은 단순한 잠이 아니라 시계다. '아직 아니다'라고 말할 힘, 그리고 '지금이다'라고 결단할 수 있는 지성.
- 남효창의《우리는 모두 씨앗이다》중에서 -
* 씨앗이 눈을 뜨는 시간이 숲도 더불어 깨어나는 시간입니다. 씨앗이 눈을 뜨는 시간이 다 다르듯이 숲이 깨어나는 시간도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 또한 이와 같으리라 생각합니다. 사람마다 자기 나름의 깨어나는 시간이 있을 것입니다. '아직 아니다' 할 때는 좀 더 기다리고, '지금이다' 할 때는 얼른 깨어나는 결단력과 지성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