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플랫폼의 채용 공고 광고는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동시에 공고를 게시한 회사는 다양한 정보를 얻거나 여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를 테면 채용 공고만으로도 기업은 잠재적 인재 기반을 구축하거나, 시장 동향을 조사하거나, 성장 중인 기업으로서 관심을 끌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유령 일자리’ 현상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유령 일자리는 채용할 의사가 없는 회사에서 게시한 구인 공고를 말한다. 이러한 꼼수는 부정적인 사회적, 경제적 결과를 초래한다. 노동 시장의 효율성에 영향을 미치고, 지원자의 비용을 증가시키며, 연구자와 정책 입안자의 데이터 분석을 복잡하게 만든다.
뉴욕시립대학교의 헌터 응은 최근 ‘왜 지금 일자리를 찾기가 그렇게 어려운가? 유령 일자리(Ghost jobs)를 검색해보라‘라는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그는 이 현상을 조사하면서 특히 대기업과 정보 기술 등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분야에서 이러한 현상이 점점 더 보편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일자리 찾기가 왜 그렇게 어려운가?
헌터 응은 인기 채용 플랫폼 글래스도어의 ‘면접’ 섹션에서 약 27만 건의 리뷰를 바탕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그는 고급 자연어 처리 알고리즘으로 지원되는 LLM BERT 모델을 활용해 구직자의 면접 경험에 대한 게시물에 대해 심층 언어 분석을 수행했다. 이러한 AI 분석을 통해 그는 단순히 불합격으로 인한 속상함을 표현하는 ‘신 포도’ 게시글와 “역량에 대한 질문도 없었고, 예상 연봉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는 등의 ‘유령 면접’ 후기를 구분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응의 LLM BERT 분석에 따르면 유령 일자리로 분류될 수 있는 채용 공고가 최대 21%에 달했다. 그에 따르면 유령 채용공고가 존재하는 여러 이유가 있다.
먼저 광고 게시 비용이 저렴한 현실이 한 이유다. 글래스도어와 같은 플랫폼 덕분에 채용공고를 게시하는 데 드는 비용이 거의 들지 않거나 전혀 들지 않는다. 따라서 기업은 실제 채용 수요와 관계없이 광고를 대량으로 게시할 수 있다.
또 잠재력 후보군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른 이유다. 고도로 전문화된 직책이라면 꽤 유용할 수 있다. 즉 광고를 게시함으로써 기업은 지원서와 잠재적 후보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여 향후 채용 수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인력 풀을 확보할 수 있다.
이 밖에 유령 일자리 공고는 기업 내부 활동의 일환일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HR 부서가 이러한 방식으로 높은 활동성을 쉽게 만들어 회사에 대한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거시적으로 보면 유령 일자리는 베버리지 곡선과 같은 경제 지표에 영향을 미쳐 실업률과 구인난 사이의 관계를 왜곡한다. 응은 구인 광고의 투명성을 높이고 이러한 관행을 제한할 수 있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가짜 공고가 유해한 다른 이유
흥미롭게도 ‘유령 일자리’는 디지털 공간에서 나타나는 또 다른 부정적인 고용 현상과 관련이 있다. 2019년 메리 그레이와 싯다르타 수리 연구원이 대중화한 ‘유령 업무'(ghost work)라는 용어는 정식 고용 상태 없이 콘텐츠 마케팅이나 교정 등 디지털 공간에서 원격으로 수행되는 직무를 의미한다.
점점 더 많은 연구자와 기업이 ‘유령 일자리’ 문제를 다루고 있으며, 노동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고용주가 사용하는 전략을 분석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마이퍼펙트레주메(MyPerfectResume)가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채용 담당자의 81%가 가짜 채용 공고를 올린 사실을 인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의 저자는 이러한 관행의 의도를 응과 비슷하게 해석한다. 인재 풀 구축, 시장 테스트, 회사 이미지 개선 등이다.
AI 엔지니어, 데이터 과학자 또는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같은 IT 분야의 전문 직책에는 고유한 역량이 필요하다. 기업들은 이러한 전문가의 구인 가능 여부와 기대 연봉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기 위해 유령 직무를 게시한다. 기술 분야에서는 주로 인재 풀을 구축하고 전문가의 가용성을 테스트해야 할 필요성 때문에 이러한 관행이 이어지고 있다. 기업들은 또한 광고의 효과를 테스트하고 경쟁사를 모니터링하기 위해 이러한 관행을 사용한다.
허위 정보 게시로 인한 피해
올해 레주메빌더(ResumeBuilder)가 1,600명 이상의 채용 관리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유령 일자리 현상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볼 수 있다. 해당 설문조사에 따르면 채용 담당자의 80% 이상이 채용할 의사가 없이 채용 공고를 게시했다고 답했으며, 41%는 채용 공고의 절반 이상이 가짜라고 답했다. 기술 기업 중 40%는 지난 1년 이내에 가짜 채용공고를 게시한 바 있으며, 이 중 79%는 여전히 진행 중인 공고를 보유하고 있었다.
가짜 공고는 초급(63%), 중간급(68%), 고위급(53%), 임원(45%) 등 모든 직급에 걸쳐 있었다. 이러한 허위 정보가 가장 많이 게재되는 곳은 회사 웹사이트(72%), LinkedIn(70%), ZipRecruiter(58%), Indeed(49%), Glassdoor(48%) 등이다. 대부분의 유령 채용공고는 한 달(31%), 몇 주(28%), 경우에 따라 1년 이상(9%) 동안 활성 상태로 유지된다.
채용 담당자들은 이러한 조치를 취하는 이유도 밝혔다. 다음과 같이 다양한 이유가 제시됐다:
• 67%의 기업이 외부 인재에게 개방적이기를 원한다.
• 66%는 성장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싶다고 답했다.
• 63%는 현재 직원들에게 업무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설득하려고 한다.
• 62%는 현재 직원들에게 대체 불가능한 인재라는 인상을 주고 싶어 한다.
• 59%는 후보자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기 위해 지원서를 수집한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채용 담당자 중 68%는 가짜 채용 공고가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으며, 77%는 가짜 채용 공고가 올라왔을 때 회사 직원의 생산성이 증가했다고 응답했다. 또 관리자의 43%는 유령 채용 공고는 허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반면, 10%만이 강력하게 비난하고 있었다.
유령 채용 공고 구분법
인력 관리 기관인 BC 매니지먼트는 유령 일자리 현상에 대한 기사를 통해 허위 공고를 구분할 수 있는 몇 가지 기본적인 경고 신호를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 채용 과정에서 눈에 띄는 진전 없이 광고가 일반적이거나 오랫동안 반복되는 경우.
• 연락 시도 후에도 지원서에 대한 응답이 없는 경우.
• 마감일이 없는 경우(예: 지원 마감일이 없거나 시작일이 유동적인 경우).
• 다른 지원자의 경험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 있는 글래스도어와 같은 플랫폼에서 회사의 평판 등급이 낮은 경우.
현실적으로는 허위 구인 공고를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 그저 이러한 관행을 경계하거나 헌터 응의 제안처럼 규제가 만들어지기를 기다리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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