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꼭 맞는 짝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아삼육’이라는 단어가 있다. 이 단어가 현대에 와서는 뜻이 잘 맞아 친한 사이라는 의미로 축소되었다. 지금의 표현으로 ‘단짝, 절친(切親), 베프(best friend)’쯤으로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삼육’은 두 명뿐만 아니라 서너 명도 ‘아삼육’이라고 불린다. 그나마 중년(中年) 이상의 사람들 사이에서 아직도 불리기에 그 단어가 살아있지, 21세기에 태어난 사람들은 무슨 말인지도 모르기 때문에 곧 사라질 운명에 처한 딱한 단어라고 할 수 있다.
그럼 ‘아삼육’이란 무엇일까? 우리나라의 전통놀이인 ‘골패놀이’에서 ‘쌍진아(雙眞兒 2·2), 쌍장삼(雙長三 3·3), 쌍준륙(雙?六 6·6)’ 이 세 쌍의 끝수를 말하는 것이다. 세 쌍이 한꺼번에 들어오면 ‘쌍비연(雙飛燕)’이라고 하여 끗수를 세 곱으로 친다. 만약 ‘고스톱’이라면 ‘홍단, 청단, 초단’이 한꺼번에 들어왔을 때 같은데, ‘골패놀이’ 자체를 모르는 요즘 사람으로서 당최 이 용어들을 이해할 수도 없다. ‘쌍진아, 쌍장삼, 쌍준륙’이 ‘2땡, 3땡, 6땡’인가?하고 웃음밖에 안 나온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의미를 모른 채 사용하고 있을 것 같다.
골패놀이는 중국에서 유입되었는데 마작(麻雀)하고는 다른 놀이로, 납작하고 네모진 작은 나뭇조각 32개에 각각 흰 뼈를 붙이고 여러 가지 수효(數爻)의 구멍을 판 골패(骨牌)를 도구로 하는 노름이다. 골패라는 이름은 재료를 뼈로 사용하는 데서 왔으나 뼈로만 만든 것은 민패라 하고, 뒤에 대나무 쪽을 붙인 것은 사모패(紗帽牌)라고 한다. 재료가 이리 고급지니 투전(鬪牋)만큼 대중화되지 못했고 지금의 사람들에게 낯설게 느껴진다. ‘아삼육’에 대해 쓰기 위해 ‘골패놀이’를 배우고자 했으나 그 방법이 매우 복잡하고 어려웠다. 골패놀이는 도박 중에서도 중독성이 강해서 골패를 생명처럼 여기는 사람을 ‘골귀(骨鬼)’라고 부르기까지 했다고 한다.
이렇듯 골패놀이는 게임의 규칙이 어렵고 복잡한데도 중독성을 갖고 있으며, 도구인 골패의 값은 비싸 양반이나 기생들만 놀 수 있는, 여러 가지로 불편한 게임임에도 ‘아삼육’이 최고로 좋다는 것을 언중(言衆)들이 알고 있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그리고 그 최고를 ‘서로 믿을 수 있고 의리 있으며 마음이 잘 맞는 사이’에 붙여 준 것도 고마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