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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으로부터 돌아오듯이
이제 내 좁은 방에 돌아와 불을 끄옵니다.
불을 켜 두는 것은 너무나 괴로운 일이옵니다.
비를 맞고 오던 길이 그대로
비 속에 젖어 있사옵니다.
하루의 울분을 씻을 바 없어
가만히 눈을 감으면
마음속으로 흐르는 소리
이제, 사상(思想)이
능금처럼 저절로 익어 가옵니다.
- 윤동주 시집《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실린
시 <돌아와 보는 밤> 중에서 -
* 떠날 때의 방과
돌아와 보는 방의 느낌은 다릅니다.
같은 방, 같은 공간인데도 세상 풍파에 흔들리고
비에 젖은 몸으로 바라보는 방은 딴 세상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조용히 불을 끄고 눈을 감으면 나의 방,
나만의 공간으로 다시 살아납니다. 그날의
괴로움과 울분도 어둠 속에 씻겨나가고
깊은 생각과 영감과 시어(詩語)들이
능금처럼 익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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