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열과 결막염을 일으키는 아데노바이러스가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중심으로 크게 유행하고 있다. 입원 환자가 예년의 2배 이상 늘었지만 인플루엔자(독감)와 달리 백신이 없고 해열제도 잘 듣지 않아 어린 자녀를 둔 부모의 걱정이 크다.
질병관리본부는 전국 192개 표본감시 병원에 아데노바이러스 감염으로 입원한 환자가 지난달(올해 41∼45주차) 1861명으로 집계됐다고 28일 밝혔다. 이는 집계를 시작한 2015년 이후 가장 많은 수다. 매년 같은 기간 아데노바이러스로 입원한 환자는 △2015년 637명 △2016년 996명 △지난해 701명 등으로 올해 아데노바이러스가 크게 유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바이러스는 환자가 기침할 때 나오는 침방울(비말)로 주로 전파된다. 눈물이나 눈곱, 대소변을 통해서도 퍼진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크게 유행하는 것도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들이 모여 장난감이나 수건 등을 돌려쓰기 때문이다. 잠복기는 평균 5일 안팎이다. 증상이 심해진 뒤에야 등원을 멈추면 이미 다른 아이들에게 바이러스를 옮겼을 가능성이 높다.
예방이 최선이지만 아직 민간용 백신은 없다. 손을 자주 씻고 유아용 젖꼭지나 그릇, 칫솔, 수건 등 개인물품은 돌려쓰지 않는 게 좋다. 어른들은 아이와 접촉하기 전에 반드시 손을 씻고 아이 주변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아야 한다. 흡연이 아이들의 호흡기 면역력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감염되면 독감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 3∼5일간 고열과 기침에 시달리는 게 기본이다. 눈이 가렵고 빨개지거나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기도 한다. 2차 감염으로 이어지면 폐렴으로 악화해 호흡곤란이 올 수도 있다. 이달 초 미국 뉴저지 주(州)의 한 재활센터에서는 입원 아동 10명이 아데노바이러스로 집단 사망했다.
항바이러스 치료제가 없어 환자가 자신의 면역력으로 이겨내야 한다. 대개는 일주일 사이에 낫는다. 중요한 건 중증으로 악화되지 않도록 경과를 살피는 일이다. 목이 아픈 정도를 넘어 숨이 차거나 가슴이 답답하면 폐렴의 전조증후일 수 있다. 가래가 노랗게 나오면 세균 등에 2차 감염됐다는 뜻이다. 이 경우 서둘러 병원을 찾아야 한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아이가 열이 나고 기침을 하면 부모가 스스로 판단하기보다 병·의원을 찾아 필요한 검사를 받고, 감염된 아이는 당분간 어린이집 등에 보내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감염 예방
과거에 미군에서 두 가지 종류의 아데노바이러스에 대한 백신 접종을 받았지만. 이 종류에 대한 감염이 줄어들어 현재는 더이상 백신이 생산되지 않는다. 따라서 현재는 손씻기 등 좋은 위생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좋은 예방법이다. 미군의 아데노바이러스 백신 접종은 Ad4형과 Ad7형을 타겟으로 한 백신을 사용하였는데, 1995년 생산 중단 이후 해당 감염이 호발하는 겨울철에만 사용하는 등 재고 긴축을 실시하다가 1999년 재고 고갈로 아데노바이러스 백신 접종이 중단되었다. 그러나 아데노바이러스 백신 접종 중단 이후 해당 질병의 창궐과 몇 개의 사망례가 보고되자 아데노바이러스 백신 접종 재개의 필요성이 주목을 받았고, 2011년 말에 미군 전 훈련 시설에 아데노바이러스 백신이 배치되어 접종 재개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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