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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제주박물관 '무병장수의 별 노인성' 展

"그대는 노인성을 보지 못하였는가/ 별 중에 최고의 영험을 지닌 별, 노인성이라는 별을/ 이 별은 사람들의 수명을 늘려주나니/ 별 비추는 곳마다 장수하는 사람들이 많다네."

제주에 유배 갔던 조선 후기 문신 조관빈(1691~1757)은 별 하나에 매혹돼 이렇게 노래했다. 이름은 노인성(老人星). 목숨별(수성·壽星), 남극노인성이라고도 하고 서양에선 카노푸스라고 부른다. 태양보다 70배 크고 밤하늘에서 둘째로 밝은 별이지만 고도가 너무 낮아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이 별이 뜨면 나라가 평화로워지고 별을 본 사람은 무병장수한다고 믿었다. 우리나라에선 제주도와 남해안 일부 지역에서, 그것도 10월부터 3월까지만 볼 수 있다.

이 희귀한 별이 전시장에 떴다. 국립제주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무병장수의 별 노인성, 제주를 비추다' 특별전이다. 조선 18세기 하늘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대형 그림 '신구법천문도'(가로 5m×세로 2m)를 비롯해 노인성과 관련된 역사·미술·문헌 자료가 시간의 흐름 따라 전개된다. 김명국, 김홍도, 김득신 등 조선 대표 화가들이 노인성을 의인화해 그린 '수노인도'를 모았고, 노인성이 비추는 장수의 땅 제주 이야기를 기록과 함께 풀어놓았다.

박물관 촬영팀이 한라산 정상에 올라 찍은 제주의 밤하늘. 화면에서 오른쪽 환하게 빛나는 별이 노인성이다. /국립제주박물관

밤하늘의 수많은 별에 저마다의 이름을 달아 정리한 건 약 2000년 전 중국 한나라 때다. 왜 별 이름을 '노인'이라 붙였을까. 양수미 학예연구사의 대답이 흥미롭다. "옛사람들은 노인을 단지 나이 많은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완전하고 이상적인 인간에 더 가까워지는 일이었고, 오래 사는 것은 곧 인간으로서 완성된다는 의미였다." 그래서 이 강력하고 빛나는 별에 인간 최고의 가치인 '수명(壽命)'을 부여하고, 황제와 제국의 운명을 별에 물었다는 얘기다.

압권은 한라산 정상에서 타임랩스 기법으로 촬영한 제주의 밤하늘. 노인성이 뜨고 지는 백록담의 밤 풍경이 대형 스크린 위에서 장엄하게 펼쳐진다. 아득한 천공(天空)이 아니라 서귀포 앞바다 수평선 위에 내려앉아 홀로 영롱하게 빛난다. 박물관은 작년 12월부터 네 차례 시도한 끝에 개막을 열흘 앞두고 카메라에 별을 담는 데 성공했다. 4분짜리 영상이 여러 번 돌아갈 때까지 화면 앞에 앉아 소원 하나를 빌었다. 전시는 6월 16일까지.

조선일보 A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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