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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비 오는 날,
오케스트라 창설자이자 음악 감독인
이상재 교수와 점심 식사를 겸해 만났다.
일곱 살 때 사고로 시각을 잃은 그는 마지막 빛이
사라질 때를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식사 후
택시 타는 곳까지 우산을 들고 바래다주면서 물어봤다.
비 오는 날에는 많이 불편하시겠다고. 그러자 그가 답했다.
"이사장님, 우산 쓴 시각 장애인을 보신 적 있으세요?
곁에서 받쳐주지 않는 한 우리는 우산을 쓰지 않아요.
얼굴로 느끼는 감각이 둔해지기 때문이지요."
안개비, 보슬비, 가랑비, 장대비를 골고루
맞아 보니 그가 말한 감각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 김인식의《자유로운 영혼으로 혼자서 걸었습니다》중에서 -


* "마지막 빛이
사라질 때를 또렷이 기억한다."
이 대목을 읽는 순간 전율이 일었습니다.
"우산 쓴 시각 장애인을 보신 적 있으세요?"
이 질문에도 망연해졌습니다. 그리고 미안했습니다.
생애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아린 질문이었기
때문입니다. 얼굴에 떨어지는 빗방울로 세상을 보는 사람들,
그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일부러 우산을 쓰지 않는 사람들의
무궁한 세계를 과연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그래서
미안했습니다. 때로는 우산을 내던지고 얼굴에
떨어지는 빗방울이 안개비인지, 보슬비인지
느껴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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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는 알 수 없지만
내면의 감각은 분명히 무언가를 느꼈다.
빛이나 소리의 느낌이었다. 섬세하지만
강렬한 힘이 느껴지는 눈부신 빛의 형태였다.
그 빛이 교황의 흰머리 아래에 보이는 깨끗한
갈색 피부와 몸을 감싼 거칠고 얼룩진 천을
밝힌 것 같았다. 길게 울려 퍼지는
현악기 혹은 바람의 선율도
들렸다.


- 로버트 휴 벤슨의《세상의 주인》중에서 -


* 사람마다
그가 내는 빛이 있습니다.
밝은 빛 어두운 빛, 맑은 빛 탁한 빛.
어떤 사람은 눈부신 아우라를 내뿜습니다.
빛의 샤워처럼 하늘에서 쏟아지는 영적 에너지가
보는 사람을 압도합니다. 교황처럼 오랜 기도와 수행,
선한 생각과 목표, 그것을 뒷받침하는 삶이
빛으로 나타나 온몸을 휘감습니다.
바람으로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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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것은
감각과 마음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신호였을 것이다. 우울과 무기력을 견디는
일에도 에너지가 소모된다는 걸 그때는 몰랐다.
살아서 뭐 하나, 생각하면서도 살기 위해
나도 모르게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는 것도.

- 윤지영의《나는 용감한 마흔이 되어간다》중에서 -


* 열심히 일하는 사람에게
피로감은 필연입니다. 몸은 하나인데
일거리는 파도처럼 쉼 없이 밀려듭니다.
그러니 피로감을 느끼지 않는다면 쇠망치이거나
유령일 뿐입니다. 피로감은 잠깐멈춤이 필요하다는
신호입니다. 이 신호를 잘 지키면 구태여
안간힘을 쓰지 않아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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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은 사람의 생존에 중요한 조건이다.
불안과 정면으로 마주함으로써 권태감을 몰아낼 수 있으며,
불안은 우리의 감각을 더욱 예리하게 만들어준다.
또한 인류가 생존하는데 필수적인 스트레스를 유지시켜 준다.
- 롤로메이 

불안은 늘 불편한 느낌을 가져오지만 사실 매우 중요한 감정입니다.
생물진화론적으로 살펴보았을 때
불안은 인류가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으로부터
멀어지도록 하여 생존할 수 있도록 도와준 감정입니다.
공포와 불안,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감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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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잃어버린 것은

재미와 즐거움이 아니라 그것을 느끼는 감각이다.

재미있는 사람과 함께 있고, 재미있는 일도 하면서 

모두 재미없다고 말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남자든 여자든, 부자든 가난뱅이든, 젊었든 

늙었든, 당신이 인생의 어느 지점에 

서 있다 해도 다 마찬가지다.


- 리처드 J. 라이더 / 데이비드 A. 샤피로의

《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깨닫게 되는 것들》중에서 -



* 나이가 들면 

감각부터 잃기 쉽습니다.

몸이 병들면 손끝 발끝의 감각부터 무디어집니다.

더듬이를 잃어버린 곤충처럼 방향없이 제자리를 맴돕니다.

혀끝이 살아 있어야 음식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손끝 발끝의 감각이 펄펄 살아 있어야

인생의 참맛을 알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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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에 따르면, 

행복과 고통은 단지 그 순간에 

어떤 신체 감각이 우세한가의 문제이다. 

우리는 외부세계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몸에서 일어나는 감각에 반응할 

뿐이다. 사람들은 실직해서, 이혼해서, 전쟁이 

일어나서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다. 사람들을 

비참하게 만드는 유일한 것은 몸에서 

일어나는 불쾌한 감각이다. 



- 유발 하라리의《호모 데우스》중에서 - 



* 신체 감각은 

바람처럼 파도처럼 수시로 바뀝니다.

몸에 느껴지는 그 감각에 따라 행복해지기도 하고

비참해지기도 합니다. 바로 그 순간이 '잠깐멈춤'의

시간입니다. 그리고 비참하게 느껴졌던 감각을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고마운 경험'으로

받아들이면, 입가에 미소가 번집니다.

그것이 명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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