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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은 아직
몸의 감각이 생생히 살아 있다는 증거다.
길가에 핀 가을꽃 한 송이에 잠시 눈길이 머무른다.  
알알이 달려 있는 열매와 그 나무를 들여다볼 여유도
갖는다. 가을의 들머리에 서본다. 몸속에 숨어 있던
예민한 감각들이 뾰족뾰족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순간순간 숨이 멎었다가 날숨에 실려 나오며
울컥거린다. 바람은 내 곁을 스치며
잘 살아보라고 어깨를
툭툭 치고 간다.


- 김삼환의 《사랑은 내가 주어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중에서 -


* 30년 넘게 함께 살던 아내를
불의의 사고로 떠나보낸 이가 쓴 글입니다.
떠난 아내가 사무치게 그리운 것은 그와 함께 했던
공간에서 함께 했던 시간을 떠올릴 때이고, 다시는 그와
함께 할 수 없음을 알 때입니다. 모든 것은 그대로인데
휑하니 가슴을 스쳐가는 바람은 숨죽인 감각을
건드리며 속삭입니다. 그러니 사는 동안
더 열심히 더 잘 살아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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