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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런 날씨
한파, 폭설.
눈 폭탄 거기다가 강풍까지
발이 눈에 푹푹 빠진다

이른 아침 택시를 탔다
버스터미널 직원으로 보이는
노인이 인사를 건넨다.

- 춥지요?
눈을 치웠더니 땀이 다 나네요.
쫙 편 어깨 하얀 웃음이 눈보다 더 희다


- 심재숙의 시집《장미, 기분이 너무 아파요!》에 실린
  시〈하얀 웃음〉중에서 -  


* 한파에 눈 폭탄이 터진
강추위에도 땀을 흘리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눈을 치우느라 수고했기 때문입니다. 춥다고
몸을 움츠리면 더 추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밖으로 나가 눈을 치우면 어깨도 펴지고,
하얀 이가 드러나는 미소도
절로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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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인간은
명시적이든 암묵적이든
누구나 어떤 궁극적 '헌신의 대상'을 찾는다.
자기 삶에 의미와 목적을 제공할 궁극적 가치,
지고선 같은 것이다. 그것이 신이든, 사랑이든,
사회정의든 혹은 한 국가나 정당이나 사회단체든,
또는 돈, 명예, 쾌락, 스포츠, 심지어 도박 같은
것이든, 우리의 궁극적 관심과 헌신의 대상이
되는 것은 모두 '종교적' 의미를
지니게 된다.


- 길희성의《종교에서 영성으로》중에서 -


* 사람은 누구나
사랑의 대상, 헌신의 대상이 필요합니다.
부모, 자녀, 배우자, 멘토, 스타, 신(神) 등등.
그 대상을 위해 모든 것을, 심지어 목숨까지도
바칠 수 있습니다. 나를 텅 비워야 가능한 일입니다.
나를 불태울 수 있어야 하고, 온몸을 풍덩 내던질 수
있어야 합니다. 사랑하고 헌신하는 것은 어떤 결과를
얻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픔과 상처와 희생을
각오하는 것이며, 그 안에서 평화와 기쁨을
얻는 것입니다. 헌신의 대상을 통해
내가 성장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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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셸리와 조앤 롤링,
그리고 파블로 피카소는 모두
감춰진 과녁을 맞힌 공상가였다. 그런데
공상가visionary와 상상력imagination이라는
단어에는 상상vision과 이미지image라는 말이
각각 들어 있다. 피카소는 이미지 속에서 자기가
바라보고자 하는 것을 봤고, 롤링은 이미지가 동반된
어떤 서사를 봤고, 셸리에게는 문자로 표현되는
어떤 상상이 있었다.

- 크레이그 라이트의《히든 해빗》중에서 -


* 미켈란젤로는
"나는 조각하지 않았다. 대리석 속에 숨어 있는
인물을 보며 돌을 쪼아냈을 뿐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모든 것에는 '감춰진 과녁'이 있습니다. 이미지 속에
숨겨진 그 과녁은 보통의 눈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공상가의 상상력이 필요합니다. 예술, 과학 등의
영역에서 세계적인 성취를 이룬 위인들은
대리석 속에 감춰진 과녁을 제대로
발견한 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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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오산천은 우리들의 최고 놀이터였다.
그러나 다시 돌아온 오산천은 망가지고
있었다. 자연이 주는 무한한 풍요는 사라진 채
곳곳의 악취와 함께 시민들의 주차장으로, 주말에는
삼겹살을 구워 먹는 곳으로 변질되었다. 모든 하천이
직선으로 바뀌었다. 자연하천은 곡선으로 흐른다.
천변에 시멘트를 발라 기괴하게 변한
물길을 보면 내 어린 시절이
뒤틀리는 느낌이었다.


- 곽상욱의《세상에서 가장 넓은 학교》중에서 -


*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의 추억이 있습니다.
흙, 물, 숲, 논, 밭, 자연과 더불어 뛰놀던,
더없이 즐겁고 슬프고 아련했던 추억입니다.
시골에서 자란 사람들은 더욱 그렇습니다. 대도시로
나가 부지런히 뜀박질을 하며 살다 고향으로 돌아오면
뒤틀린 듯 변해버린 모습에 가슴이 아파옵니다.
시멘트 범벅으로 변한 오산천의 물길을
다시 되돌리는 것, 크게 박수받을
아름다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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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도 제대로 못 나온 내가
글을 써서 한 권의 책이 되어
내 손에 돌아오다니
고르지 못한 생각들이 글이 되어
내 품에 안기다니
앞으로 구십이 넘도록 글을 써야지

비록 받침도 틀리고
글씨도 들쑥날쑥하지만
문우들이 함께하니 아무 걱정이 없다.


- 노은문학회가 펴낸《2021 노은문학》에 실린
  박명자의 시〈감사1〉전문 -

* 글 쓰는 것 나이가 없습니다.
학력도 글재주도 필요 없습니다.
소녀처럼 앳되고 순수한 마음이면 충분합니다.
구십을 넘고 백 살을 넘어도 글을 쓸 수 있습니다.
꿈꾸는 것도 나이가 없습니다. 본인이 이루지
않아도 좋습니다. 물려주고 가면 됩니다.
글도 꿈도 유산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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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매달려 키우는 저것이
꿈이건 사랑이건
한 번은 땅에
닿아보겠다는 뜨거운 몸짓인데

물도 뜻을 품으면
날이 선다는 것
때로는 추락이
비상이라는 것
누군가의 땅이
누군가에게는 하늘이라는 것

겨울에 태어나야
눈부신 생명도 있다는 것
거꾸로 피어나는 저것이
겨울꽃이라는 것


- 양광모의 시집《나보다 더 푸른 나를 생각합니다》에 실린
  시〈고드름 〉전문 -


* 고드름.
겨울에 피는 꽃입니다.
한없이 부드럽고 연약한 물방울이
겨울의 강추위와 싸워 이기려고 날카롭게 날을 세워
피운 꽃입니다. 강추위가 없으면 고드름도 없습니다.
사람도 누구나 겨울을 경험합니다. 아프고 괴롭고
슬픈 상처 속에 삽니다. 그럴 적마다 겨울에만
피어나는 고드름을 생각하며 다시금
새로운 비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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