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만여 점의 진귀한 문화재가 가득한‘국립중앙박물관’은 방학 필수 코스다. 한국을 대표하는 박물관답게 상당한 규모를 자랑하는 곳이지만 아이들은 구석기, 신석기 코너만 지나도 집중력이 금세 떨어지곤 한다.더 재밌고 알차게 국립중앙박물관을 즐기는 방법은 없을까? 관람 팁을 소개한다.
'역사의 길'이라 불리는 널찍하고 기다란 공간 양 옆으로 전시실이 늘어서 있다. ⓒ방금숙
방문 전 ‘이것’ 미리 예약하세요
국립중앙박물관은 서울 시내 박물관 대부분이 휴무인월요일에도 문을 연다.1월 1일, 설날과 추석 당일을 제외하고 연중무휴로 운영되며입장료는 무료다.
박물관 내어린이박물관은 무료 관람이지만온라인 사전 예약으로 입장이 가능하다. 오전 10시부터 하루에 5회 운영하며 한 회당 80분의 관람 시간이 주어진다. 관람일 14일 전 00시부터누리집에서 예매할 수 있고, 사전 예약 불참으로 인한 현장 입장도 가능하다.
국립중앙박물관 어린이박물관은 예약제로 미리 예약해야 한다. ⓒ방금숙
국립중앙박물관 2층 VR 체험관은 문화재를 더욱 실감나게 만날 수 있다. ⓒ방금숙
초등학생 아이가 있다면 예약제로 운영되는VR 체험(디지털 실감 영상관 2)도 놓칠 수 없다. VR 체험은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17시까지 30분 간격으로 12회차(수, 토요일은 16회차)가 운영되는데 1회 최대 체험인원이 5명이라 방학 중에는 예약이 순식간에 마감된다. 예약페이지에서 원하는 관람 일자를 클릭하다 보면 간혹 1~3자리씩 빈 자리가 나오기도 하니 방문 전까지 확인해보는 것도 팁이다.☞예약 바로가기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특별전 티켓 부스 앞에 긴 줄이 서 있다. ⓒ방금숙
현재 어떤 전시가 열리는지 확인하고 가는 것도 필요하다. 오는 3월 1일까지<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이라는 주제의 빈미술사박물관 특별전이, 3월 19일까지<외규장각 의궤, 그 고귀함의 의미>특별전이 각각 기획전시실과 특별전시실에서 열린다.
이중오스트리아 빈 미술사박물관이 소장한 명작 96점을 전시한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은 온라인 전석 매진에 이어 현장에서 표를 구하기 위해 매일 아침 박물관 앞에 긴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평일 아침 10시 전후로 서둘러 줄을 서면 당일 11시, 11시 30분 관람도 가능하다고 한다. 자녀 수에 따라 20~40% 다자녀 할인 및 어린이박물관 입장권 소지자 10% 할인도 받을 수 있다.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전시는 오는 3월 1일까지 열린다. ⓒ방금숙
국립중앙박물관 효과적으로 둘러보려면
박물관 관람은 보안검색대를 지나 동관 1층에서부터 시작된다.선사시대부터 대한제국까지 교과서에 등장하는 시대별 문화재를 만나게 된다. 2층은 기증관과 서화관, VR체험 영상관, 3층에는 외국 문화재와 조각공예관 등이 있다. 인스타그램 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사유의 방’ 전시실은 2층 입구쪽에 자리했다.
구석기 시대 뗀석기가 전시된 국립중앙박물관 1층 선사고대관 ⓒ방금숙
주옥 같은 백제 유물을 감상할 수 있는 박물관 1층 백제관 ⓒ방금숙
박물관에서 추천하는 동선은 1층 구석기실(주먹도끼), 신석기실(빗살무늬토기), 청동기실(농경문 청동기), 디지털 실감영상관3, 신라실(금관과 금허리띠), 경천사 십층석탑, 2층 불교회화실(괘불), 3층 불교조각실(감산사 불상), 금속공예실(물가풍경무늬 정병), 청자실(청자 칠보무늬 향로), 다시 2층 사유의 방(반가사유상) 순이다. 이 동선대로 관람한다면 대략 1시간 정도 걸린다.
박물관 3층 불교조각실 '부처와 아미타불(국보 80호, 79호)' ⓒ방금숙
청자, 분청사기, 백자를 한자리에서 만나는 박물관 3층 도자공예실 ⓒ방금숙
1층 역사의 길 끝에는 국보 86호인 경기 개풍 경천사지 십층석탑이 우뚝 서 있다. 고려시대 만들어진 이 탑은 1907년 일본으로 무단 반출한 것을 1918년 환수한 사연이 있다. 이 석탑은 1층뿐 아니라 2층, 3층에서도 볼 수 있는데 각 층에서 보여지는 탑 조각의 느낌이 또 다르다.
1층 역사의 길 끝에 우뚝 선 경천사지 십층석탑(국보86호) ⓒ방금숙
국립중앙박물관은 워낙 방대해 자세히 보려면 하루도 부족하다.6개관 50여 개의 전시실을 분주하게 움직이다 보면 견학이 아니라 강행군이 될 수도 있다.방문 전 아이와 함께 누리집에 나온 온라인전시관이나 국립중앙박물관 유튜브 채널을 미리 살펴보고 가는 것도 도움이 된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라면 시간이 날 때 한 층씩 집중해서 보는 것도 방법이다.
중간중간 상설전시관 입구 1.5층 으뜸홀 카페나 3층 사유공간 찻집에서 잠시 쉬어 가는 것도 좋다. 2층 디지털 실감 영상관 2관 휴게실은 카페는 아니지만 탁 트인 전망을 바라보며 힐링 할 수 있는 박물관 명당 중 하나다.
초대형 파노라마가 펼쳐지는 1층 디지털 실감 영상관1 ⓒ방금숙
박물관 관람의 또 다른 재미…압도적인 ‘실감콘텐츠'
국립중앙박물관은 2020년 5월부터 첨단기술과 문화유산의 새로운 모습을 결합한‘디지털 실감 영상관’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9월까지 10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방문하는 등 실감콘텐츠는시간이 멈춰 있던 박물관에 생명력을 불어넣으며 큰 호평을 받고 있다.
전시관 1층 중근세관 내디지털 실감 영상관1에서는 폭 60m, 높이 5m의 초대형 파노라마 스크린이 펼쳐진다. 이곳에서는 꽃길이 깔리고 사계절이 휘몰아치는 금강산의 절경은 물론 왕의 행차, 신선들의 잔치 등 흥미롭고 강렬한 영상이 이어진다. 영상관 전실에는 조선시대 책장이 담긴 ‘책가도’를 소재로 한 체험 공간도 있다. 관람객이 태블릿 PC로 책장에 도자기, 문방구, 책들을 골라 넣으면 눈앞의 대형스크린 속 책장이 채워진다.
조선 후기 책가도 병풍을 소재로 한 체험형 콘텐츠 ⓒ방금숙
가상현실(VR) 체험을 하는디지털 실감 영상관2는 2층 기증관 동편에 있다. 예약 시간에 가면 보존과학실, 수장고, 감은사 사리장엄, 청자에 담긴 세상 등 4가지의 테마 중 하나를 선택해 체험할 수 있다. 게임 요소가 가미된 감은사 사리장엄과 청자에 담긴 세상이 아이들에게 인기라고 한다. 터치 형식으로 조선시대 초상화를 다양하게 체험할 수 있는 벽 콘텐츠도 흥미로우니 꼭 한번 들러보자.
위생용 안면패드를 하고 VR기기를 착용 후 VR체험을 진행한다. ⓒ방금숙
한옥 카페처럼 운치 있는 VR체험 영상관 휴게실 ⓒ방금숙
다시 1층으로 내려와 고구려관 내디지털 실감 영상관3에서는 고구려 벽화무덤을 구현한 영상을 볼 수 있다. 벽면 뿐 아니라 천장까지 4면을 아우르는 입체 영상이 몰입감을 높여주며 실제 무덤에 들어간 것 같은 생동감이 느껴진다.
실제 고구려 벽화무덤에 들어간 듯 체험이 가능한 디지털 실감 영상관3 입구 ⓒ방금숙
이들 영상관 외에도 박물관 곳곳에서다양한 실감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다. 2층‘명품 실감’에서는 100인치 디스플레이에 박물관 소장품들이 바둑판 모양으로 담겨 있는데 원하는 사진을 터치해 3D 입체영상으로 자유롭게 돌려볼 수 있다. 조명을 비춰 탑 조각에 담긴 이야기를 소개하는‘경천사 십층석탑 미디어 파사드’와 박물관 외부‘열린마당 실감 전광판’까지 눈을 뗄 수 없는 미디어아트로 관람이 더욱 즐거워진다.
2층 서화실 앞 휴게 장소에 자리한 명품 실감 콘텐츠 ⓒ방금숙
사색에 잠기는 시간, 사유의 방과 괘불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실감 콘텐츠를 감상한 다음은 내면의 깊은 울림을 들여다볼 시간이다. 2층‘사유의 방’은 국보 78호, 83호 금동 미륵보살 반가사유상 두 작품을 나란히 전시한 공간이다. 어둡고 고요한 복도를 지나면 몽환적인 분위기에서 깊은 생각에 잠긴 듯한 반가사유상을 감상할 수 있다. 조용히 나만의 사유의 시간을 가지고 싶다면 관람객이 적은 평일 오전 이곳부터 관람하길 추천한다.
박물관 대표 소장품인 반가사유상 두 점이 전시된 '사유의 방' ⓒ방금숙
빈백에 누워 초대형 ‘괘불’을 감상하는 2층불교회화실전시 공간도 또 다른 사색의 공간이다. 큰 법회나 야외에서 의식을 거행할 때 걸어 두는 대형 불화인 괘불은 보통 높이가 8~9m 이상이며 14m가 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2~3층으로 이어진 한쪽 벽면에 높이 12m, 폭 6m의 대형스크린을 설치해 3차원 영상으로 전통 괘불 3점을 보여준다.
관람객들이 빈백에 누워 초대형 괘불을 감상하고 있다. ⓒ방금숙
우리나라 전통 대청마루를 상징하는 박물관 열린마당 ⓒ방금숙
국립중앙박물관은 대중교통으로 가기 쉽다. 지하철 4호선 이촌역에서 내려 무빙워크로 3분 남짓 걸으면 박물관 입구다. 너른 부지만큼이나 주차장도 넉넉해 차를 가지고 방문하기에도 부담이 없다. 박물관 외부 마당에는 전국에서 모은 국보급 문화재가 자리하고 거울연못을 따라 산책로도 잘 조성돼 있다. 날이 좋으면 박물관 옆 용산가족공원까지 하루 나들이 코스로 둘러보기에 그만이다.
국립중앙박물관
○ 주소 : 서울시 용산구 서빙고로 137 ○ 교통 : 4호선·경의중앙선 이촌역 2번 출구 방향 박물관 서문 ○ 시간 : 월·화·목·금요일 10:00~18:00(수·토요일 21:00까지, 일·공휴일 19:00까지) ○ 휴관일 : 1월 1일, 설날, 추석(매년 4·11월 첫째 월요일 상설전시실 정기휴실) ○ 관람료 : 상설전시관, 어린이박물관 무료 / 특별전 유료 관람 -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 성인 1만 7,500원, 청소년 1만 5,000원 - <외규장각 의궤, 그 고귀함의 의미> : 성인 5,000원, 청소년 3,000원 - 통합권(합스부르크+외규장각) 성인 2만 원, 청소년 1만 6,500원 ○누리집 ○ 주차: 기본 2시간 2,000원, 추가 30분 당 500원 ○ 문의 : 02-2077-9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