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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밥상에
푸른색을 가미하려면 요령이 필요하다.
강낭콩이나 꼬투리째 먹는 청대 완두 무침은
그렇다 치고 고야 두부를 섞은 쑥갓이나 냉이
무침이 꽤 괜찮다. 미리 불려둔 고야 두부를 뜨거운
물에 잘 삶아 식힌 후 물기를 꼭 짜서 가늘게 채를
친다. 이것을 식초, 간장, 설탕, 미림과 함께 조린
다음, 식혀서 참기름으로 버무린다. 여기에 데친
쑥갓이나 냉이를 잘게 채썰기 해 섞는다.
색감도 무척 보기 좋고, 건조식품과
계절의 흙이 어울린, 풍미가
좋은 맛이라고 생각한다.


- 미즈카미 쓰토무의 《흙을 먹는 나날》 중에서 -


*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이 있습니다. 겨울 밥상에 푸른색이 놓이는
정경에 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입맛이 다셔집니다.
밥상의 미학입니다. 이왕이면 건강한 아름다움,
'사람 살리는' 밥상에 영양까지 더해지면
금상첨화입니다. 그런 밥상이면 한 끼
식사가 그야말로 명상이고
기도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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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에 자리한
이곳의 샘물은 우리들에게
생명을 더욱 북돋아 주는 참 샘물이었다.
우리는 왜 이 맑은 샘물을 두고 전투를 해야만
했을까? 많은 죽은 영혼들이 맴도는 샘물가에서
신앙인도 아닌 내가 아군이든 적이든 그들의
영혼을 위해 진심으로 기도했다. 항상 맑은
물을 간직한 샘물처럼 그저 이유도 없이
희생된 모든 영혼들이 평안한 안식을
갖게 해 달라고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했다.


- 손문규의 《전쟁과 사랑》 중에서 -


* 지난 10월 산티아고 순례 명상치유여행에
참여했던 손문규님이 20대에 직접 경험하고 쓴
'베트남전 참전기'. 전쟁터에 있는 샘물을 보면서
무고하게 희생된 영혼들의 안식을 비는 간절한
기도가 오늘의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육을 벗어난 영의 세상에서는 이념과 같은
가치관은 없을 것입니다. 보다 상위 개념인
평화와 사랑만이 있을 것입니다.
전쟁은 기필코 없어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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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는 알 수 없지만
내면의 감각은 분명히 무언가를 느꼈다.
빛이나 소리의 느낌이었다. 섬세하지만
강렬한 힘이 느껴지는 눈부신 빛의 형태였다.
그 빛이 교황의 흰머리 아래에 보이는 깨끗한
갈색 피부와 몸을 감싼 거칠고 얼룩진 천을
밝힌 것 같았다. 길게 울려 퍼지는
현악기 혹은 바람의 선율도
들렸다.


- 로버트 휴 벤슨의《세상의 주인》중에서 -


* 사람마다
그가 내는 빛이 있습니다.
밝은 빛 어두운 빛, 맑은 빛 탁한 빛.
어떤 사람은 눈부신 아우라를 내뿜습니다.
빛의 샤워처럼 하늘에서 쏟아지는 영적 에너지가
보는 사람을 압도합니다. 교황처럼 오랜 기도와 수행,
선한 생각과 목표, 그것을 뒷받침하는 삶이
빛으로 나타나 온몸을 휘감습니다.
바람으로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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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와 노동.
바로 내 어머니다.
아버지를 따라 월남하여 부산에 정착한
어머니는 평생을 기도와 노동에 몰두한 삶을
사셨다. 올해로 아흔여섯의 고령이지만 지금도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교회의 새벽 제단 찾는 일을
거르지 않으며 틈만 나면 무릎을 꿇고 기도하신다.
그리고 늘 몸을 움직이며 뭔가를 하신다. 내 어릴 적,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고 집 떠나 계신 동안
어머니는 그 작은 몸을 부단히 움직이며
우리 집안을 끝내 지켰다.


- 승효상의 《묵상》 중에서 -


* '어쩌면 그렇게 똑같을까?
나의 어머니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가?'
이미 하늘나라에 가셨지만 저의 어머니도
평생 기도와 노동으로 사셨습니다. 쉬지 않고 기도하시던
어머니의 모습을 기억합니다. 삯바느질, 남의 논밭 매기,
고구마 이삭줍기를 하며 허리가 굽어진 어머니의
모습을 생각하면 목이 멥니다. 그런 어머니가
기도하며 흘린 눈물, 그 한 방울도 남김없이
제 영혼의 우물에 고여있습니다. 매일 아침
한 모금씩 퍼올려 여러분께 드리는 것이
바로 '고도원의 아침편지'입니다.
제 어머니의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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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기도하던 날들이 있었다.
'하나님 저 좀 구해주세요. 간절히
기도하면 뭐든 들어주는 분이라면서요.'
하지만 울며 기도할 때마다 침묵, 침묵뿐이었다.
번데기처럼 웅크리고 앉아 울다 잠이 들었다.
길고 따뜻한 꿈을 꿨다.
나는 작은 아이였다.


- 이수진, 고미진의 《내:색》 중에서 -


* 누구나 한 번쯤은
절절한 기도를 해봤을 것입니다.
기도가 아니라 원망과 비탄으로 울부짖고
절규했던 때도 더러 있었을 것입니다. 나날이
평온하면 기도하지 않습니다. 생사가 갈리고
절망과 두려움으로 가득할 때 비로소 외치듯
기도합니다. 그러다 응답도 없다며 돌아섰을
것입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알게 됩니다.
응답 없음이 곧 응답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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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예단(현 푸른나무재단)의
설립 초기와 현재를 비교해보면 감개가 무량하다.
1995년 비전문가 5명으로 시작했고, 지금은 900명이
함께 일한다. 상담치유, 예방교육, 사회변화에 핵심가치를 둔
100여 개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건장한 청소년단체로 성장했다.
전문성도 크게 향상되었다. 단순한 학교폭력 피해상담을 넘어서
고난도의 화해중재 상담은 이미 우리 단체의 대표 활동이
되었고, 각종 교육 프로그램, 나눔과 장학사업, 연구 및
출판 사업, 국제활동 등 우리의 전문성은 물론
활동 범위와 깊이도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성장했다.  


- 김종기의《아버지의 이름으로》중에서 -


* 우리나라에 많은 민간재단이 있습니다.
그중에 푸른나무재단은 가장 신뢰받는 곳의 하나입니다.
그것은 '참척'에서 시작했습니다. 학교폭력 때문에
극단의 선택을 한 아들에 망연자실한 한 아버지가
재단이 국민의 호응 속에 잘 성장한 것을 보며
감개무량해 하는 그 마음을 저는 누구보다도
공감합니다. 모든 감개무량 속에는 형언할
수 없는 아픔과 눈물이 있고, 그보다
더 많은 땀과 기도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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