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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를 쓰기로 했습니다.
몇 줄 몇 자라도 좋으니 손으로
꾹꾹 눌러쓴 편지가 열흘이 걸려 당신께
간다 해도 조급해하지 않고, 다음 해 이맘때
당신이 쓴 답장이 온다 해도 설렘으로
기다릴 수 있으니 푸른 하늘이 만든
저 너른 편지지에 내 마음을
담기로 했습니다


- 공상균의 《바람이 수를 놓는 마당에 시를 걸었다》 중에서 -


* 손편지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메일이나 문자로 손쉽게 안부 전할 수 있음도
편리한 일이지만 글씨 하나 문장 하나도 정성들여
썼다 지우며 마음을 담던 손편지 시절이 있었지요.
부모, 친지, 연인 등 사랑하는 사람에게 손편지로
마음을 전하던 그때가 그립습니다. 하늘이라는
너른 편지지에 마음을 담는다는 시인처럼
저 또한 하늘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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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핀 바로
그 자리에 열매가 열리듯,
지는 꽃잎에 황홀한 외로움 스며와도
나는 여기 이 자리에 그대로 있어야겠다.
내가 꽃잎으로 지는 날 올 때까지는 지금 있는
이곳에서 오래도록 흔들리고 그리워하며
하루하루를 오붓하게
살아낼 것이다.


- 공상균의 《바람이 수를 놓는 마당에 시를 걸었다》 중에서 -


*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철 따라 언젠가는 질 것입니다. 그러나
피어있는 동안 햇살과 바람과 이슬과 만나며
눈부신 빛깔과 향기로 모두를 기쁘게 할 것입니다.
그러다 어느 날, 꽃이 핀 그 자리에서
튼실한 열매가 자라날 것입니다.
꽃은 그걸로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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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하다 보면
옥신각신할 때가 있습니다.
상대가 나에 대해 소홀한 것 같고
애정도 전 같지 않다고 느끼면 이렇게
묻게 되죠. "자기한테 나는 뭐야? 어떤 존재야?
어떤 의미냐고?" 사실 상대의 행동거지가
내 마음에 덜 찬다고 해서 아무한테나 이런 걸
묻지는 않습니다. 적어도 상대에게도 내가
중요한 사람이란 믿음이 있을 때, 하지만
좀 미심쩍을 때 하는 질문입니다.


- 최인아의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중에서 -


* 이따금 스스로 묻습니다.
'나는 너에게 어떤 의미일까.'
'너는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우리는 서로에게 과연 어떤 의미일까.'
목숨입니다. 생명입니다. 사랑의 불꽃입니다.
다 타버려 재가 될지언정 불타오르는 게 바로
사랑입니다. 그래서 함부로 사랑한다 할 수 없습니다.
사랑은 용기이고 책임이고 인내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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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그만두고
백수로 지낸 2년여,
그 시간이 제겐 그동안의 삶의
방식으로부터 여행을 떠난 것과도
같았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
혹은 새벽까지, 그리고 주말도 없이
잔뜩 긴장한 채 일을 최우선으로 두고
살았던 시간에서 걸어 나왔던 거죠.


- 최인아의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중에서 -


* 의식도 업그레이드됩니다.
익숙한 것과 결별했을 때 진화합니다.
일상에서 탈출해 여행을 떠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낯선 곳, 낯선 문화에서 신선한 충격을 받으면서
의식을 한 단계 올리는 것입니다. 변화가 두려워
있는 자리에서 타협하며 안주하고자 할 때가
위기입니다. 백수는 고난의 시간이지만
세상을 다시 볼 좋은 기회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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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가지,
글쓰기에서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의 하나는 '여백'이다.
종이를 꽉 채운 것보다는 여백 있는 그림이
보기에 편하다. 생각할 공간과 여지도 더 많다.
글도 마찬가지이다. 설명으로 가득 찬 글은 읽기가
벅차다. 글 쓴 사람이 설명을 다 해주기 때문에
달리 생각할 필요도 없다. '설명'을 하기보다는
그림을 그리듯 '현장'을 보여주는 글이 낫다.


- 공상균의 《바람이 수를 놓는 마당에 시를 걸었다》 중에서 -


* '위대한 책은 행간이 넓은 책'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고전들은 행간이 넓습니다.
여백이 있고, 글이 곧 그림 같다는 느낌을 줍니다.
사람도 나이가 들고 삶의 지혜가 쌓여가면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행간이 이윽고 보일
때가 있습니다. 여백도 생깁니다.
삶의 기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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