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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고추들도
겨울이 되면 온통 자취를 감추었다가
6월이면 푸른 고추나무들로 다시
이 땅이 뒤덮이겠지요? 신기해"
고추밭을 굽어보며 정자가 말했다.


- 구효서의《옆에 앉아서 좀 울어도 돼요?》중에서 -


* 오늘 마침 옹달샘 고추밭을 다녀왔는데
이 글을 보니 너무 반갑습니다. 6월의 고추밭은
싱싱한 생명력으로 가득합니다. 모든 채소가 그렇듯
고추도 흙과 햇볕과 바람이 중요합니다. 아쉬운 것은
고추는 벌레를 많이 타 대부분 밭마다 농약을 너무
많이 치는 것입니다. 너무 다닥다닥 심지 말고
햇볕과 바람이 잘들도록 조금만 떼어 심어도
농약을 쓸 일이 없어집니다. 그래야
건강한 고추를 거둘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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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억 년에 걸쳐 

단련되고 정교해진 소화기관은 

그것의 최종적인 형태, 즉 입이 있고 

항문이 있는 통관(through gut)으로 자리 잡았다. 

통관이라는 해부학적 관점에서 보면 

벌레는 인간과 다를 게 없다. 



- 김홍표의《먹고 사는 것의 생물학》 중에서 -



* 생명체의 모든 영양소는 

입으로 들어가 항문으로 나옵니다.

통관 역할을 하는 소화기관은 그 영양소를 분해해서 

생명의 에너지로 삼습니다. 그 에너지를 올바르게

쓰지 않으면, 진화의 관점에서 벌레에도

못 미치는 존재가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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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이 벌레 먹어서 예쁘다.

귀족의 손처럼 상처 하나 없이

매끈한 것은

어쩐지 베풀 줄 모르는

손 같아서 밉다.

떡갈나무 잎에 벌레구멍이 뚫려서 

그 구멍으로 하늘이 보이는 것이 예쁘다.

상처가 나서 예쁘다는 것은 

잘못인 줄 안다. 

그러나 남을 먹여가며 

살았다는 흔적은 

별처럼 아름답다. 

 - 이생진 시, ‘벌레 먹은 나뭇잎’

 

우리 모두 ‘겉모습이 아니라 마음이 예쁜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희망을 담아 이생진 시인의

‘벌레 먹은 나뭇잎’이라는 시를 보내드립니다.

황금 연휴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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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쫓아야 해요!"
여동생이 소리쳤다.
"그렇게 하는 수밖에 없어요, 아버지.
저것이 오빠라는 생각을 버리셔야 해요.
도대체 저것이 어떻게 오빠일 수 있겠어요?
저것이 정말 오빠라면 우리가 자기와 같은
짐승과는 함께 살 수 없다는 것쯤은 벌써
알아차리고 제 발로 나가주었을 거예요.
저것 좀 보세요, 아버지."


- 프란츠 카프카의《변신》중에서 -


* 아뿔싸, 어느날 오빠가
돌연 흉칙한 벌레로 변신했습니다.
여동생은 '저것'을 집에서 내쫓아야 한다고
울부짖습니다. 우리도 때때로 변신을 경험합니다.
가까운 가족조차 이해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
깊은 나락으로 굴러떨어집니다. 그러나
변신은 또 다른 변신을 낳습니다.   
변신의 의미를 찾으면 벌레가
나비로 바뀔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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