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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의 친동생 고 윤일주 교수는
윤동주의 생가에 대해 이렇게 묘사했다.
'3남 1녀, 우리 남매들이 태어난 명동집은
마을에서도 돋보이는 큰 기와집이었다. 마당에는
자두나무들이 있고, 지붕 얹은 큰 대문을 나서면
텃밭과 타작 마당, 북쪽 울 밖에는 30주 가량의
살구와 자두의 과원, 동쪽 쪽대문을 나가면
우물이 있었고, 그 옆에 오디나무가 있었다.
그 우물가에서는 저만치 동북쪽 언덕
중턱에 교회당과 고목나무 위에
올려진 종각이 보였다.'


- 송우혜의《윤동주 평전》중에서 -  


* 살구나무, 자두나무, 우물가 오디나무,
저 멀리 보이는 교회당 종각. 지금이라도 눈앞에
다가올 것 같은 고향집 풍경이 수채화처럼 그려집니다.
일제 강점기, 역사의 거친 물살은 모든 백성을 망국인으로
삼켰으나 그럼에도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노래하는
고결한 영혼이 있었으니. 그가 살던 고향집이 곧
우리 모두가 그리는 마음의 고향집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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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씨 댁 장손의 출생은
지난 8년간이나 온 집안이 기다려왔던 경사였다.
아기 아버지 윤영석은 크게 기뻤다. 아기의 아명은
'해환'이라고 지었다. 해, 달, 별... 하는 우리말의 '해'에다,
한자인 빛날 '환(煥)'자를 붙인 것이다. '해처럼 빛나라'는
기원인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이 준수한 아기가 그 존재
자체로 이미 '해처럼 빛나고 있다'고 느낀 감동을 토로한
것인가. 아기는 줄곧 '해환'으로 불리면서 잘 자랐다.
이 아기가 바로 훗날 '민족시인'의 큰 이름을 얻은
윤동주이다.


- 송우혜의《윤동주 평전》중에서 -  


* 이름은 때로
그 사람의 운명이 실려 있습니다.
묘하게도 이름대로 되고, 이름처럼 삽니다.
감히 말하자면, 제 이름 고도원(道源)은 아침편지와
깊은산속 옹달샘으로 '마음의 길(道)'을 내는 사람이
되었고 제 아우 고성원(聖源)은 '거룩 성(聖)'에 맞게
목사로 사역하고 있습니다. '해처럼 빛나라'는 뜻의
'해환', 윤동주는 우리의 말과 민족정신에
영원히 빛나는 불멸의 불꽃이 되어
우리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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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가 졸업 기념으로
발간하려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윤동주의 사후인 1948년 1월 연희전문학교
동기생 강처중과 후배 정병욱에 의해 처음으로
세상에 빛을 보았다. 필사본을 유일하게 간직한
정병욱이 강처중과 의기투합해 만든 결실이었다.
정병욱은 윤동주보다 5살 어리지만, 연희전문학교
2년 후배였다. 윤동주와 정병욱은 연희전문 기숙사
생활을 거쳐 이후 종로구 누상동 하숙 생활을
함께할 정도로 우애가 깊었다.


- 하성환의 《우리 역사에서 왜곡되고 사라진 근현대 인물 한국사》 중에서 -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언제 읽어도 가슴을 저미는 윤동주의 서시(序詩)입니다.  
일제 치하 한국이 낳은 '불멸의 서사시'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친구 강처중과 2년 후배 정병욱이 아니었으면 지금
우리 앞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한 사람이 더 있습니다.
정병욱의 모친이십니다. 아들 정병욱이 학도병으로
나가면서 "동주형이 돌아오거나 독립이 되거든
전해 달라"는 말에 시집 원고를 항아리에 담아
마루 밑 흙바닥을 파고 묻어 보관했던
모친! 역사에는 언제나 분명
어떤 섭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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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해방을 6개월 앞두고
윤동주가 2월 16일에,
송몽규는 3월 7일에 피골이 상접한 상태로
숨을 거뒀다. 윤동주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죽어갔고 송몽규는 눈을 부릅뜬 채 죽어갔다.
순국 당시 윤동주와 송몽규의 나이는
28살이었다.


- 하성환의 《우리 역사에서 왜곡되고 사라진 근현대 인물 한국사》 중에서 -


* 중국 연변 용정에 가면
윤동주 생가가 있고, 바로 옆집에
송몽규의 생가도 있습니다. 같은 나이에 태어나
서로 벗하며 자랐고, 일본 유학도 함께 했고, 그 기막힌
생의 마감도 함께 했습니다. 28세, 꽃다운 나이에,
그것도 조국의 해방을 불과 6개월을 앞두고
말입니다.윤동주의 외마디 비명,
송몽규의 부릅뜬 눈을 우리는
결코 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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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으로부터 돌아오듯이
이제 내 좁은 방에 돌아와 불을 끄옵니다.
불을 켜 두는 것은 너무나 괴로운 일이옵니다.

비를 맞고 오던 길이 그대로
비 속에 젖어 있사옵니다.

하루의 울분을 씻을 바 없어
가만히 눈을 감으면
마음속으로 흐르는 소리
이제, 사상(思想)이
능금처럼 저절로 익어 가옵니다.


- 윤동주 시집《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실린
                 시 <돌아와 보는 밤> 중에서 -


* 떠날 때의 방과
돌아와 보는 방의 느낌은 다릅니다.
같은 방, 같은 공간인데도 세상 풍파에 흔들리고
비에 젖은 몸으로 바라보는 방은 딴 세상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조용히 불을 끄고 눈을 감으면 나의 방,
나만의 공간으로 다시 살아납니다. 그날의
괴로움과 울분도 어둠 속에 씻겨나가고
깊은 생각과 영감과 시어(詩語)들이
능금처럼 익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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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윤동주의 시집《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실린〈서시〉(전문)에서 -


* 나라를 잃고 한글조차 빼앗긴
절망의 시간에도 하늘과 바람과 별을 노래하고
시를 썼던 윤동주. 그 숨막히는 극한의 슬픔에서도
한 조각 파편 같은 사랑과 희망을 노래했던 윤동주.
그가 걸었던 고결하고 부끄러움 없는 삶의 길이
영원불멸한 순수의 상징으로 남아
오늘밤도 우리 가슴속에
별빛처럼 스치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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