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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아름답고 슬픈 희망의 젖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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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가  
갈등 속으로
들어왔다는 징조는
우리가 신이 되려 할 때, 우월한 척할 때,
다른 이들을 억압할 때, 다른 사람 위에
군림하려고 할 때, 듣기를 거부할 때,
타인을 무시하고 배제할 때, 깊은
감정을 억누를 때, 회피할 때,
남을 미워할 때, 자기 성찰
없이 비난을 퍼부을 때
나타난다.


- 존 폴 레더락의 《화해》 중에서 -


* 신적(神的) 우월감, 억압, 군림,
무시, 회피, 불통 등의 위험한 징조는
개인의 차원에 머물지 않습니다. 사회 전반에
번지고 퍼져 상상을 넘어서는 치명상을 초래합니다.
위험한 징조가 보일 때는 재빨리 그 반대되는 덕목,
곧 겸손, 이해, 경청, 수용, 사랑, 진정 등이 스스로
자리 잡도록 자기 성찰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위험한 징조가 희망의 징조로
바뀔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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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한 사람이 먼저 가고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 루쉰의《고향》중에서 -


* 그렇습니다.
희망은 처음부터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도 생겨나는 것이 희망입니다.
희망은 희망을 갖는 사람에게만 존재합니다.
희망이 있다고 믿는 사람에게는 희망이 있고,
희망 같은 것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실제로도 희망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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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사이의 믿음은
우리를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힘과 같아서, 우리가 외부의 충격에
흔들릴 때마다 오뚝이처럼 중심을
잡게 해준다. 그리고 그런 믿음은
작은 약속의 끈들로
만들어진다.


- 김지호의 《마음을 알아주는 마음》 중에서 -


* 오뚝이는
어떤 상황에서도 다시 일어섭니다.
아무리 흔들리다가도 금세 중심을 잡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중심은 신의, 곧 믿음입니다.
실낱같은 바람에 신의가 무너져 사람 사이가
깨지고, 공동체와 나라가 초토화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작은 약속부터 잘
지키는 것이 신의의 출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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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노숙인은
돈이 없는 사람, 집이 없는 사람,
직업이 없는 사람으로 이해된다.
그들에게는 돈, 집, 직업보다 더 중요한 것이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무리 힘든 일이 생겨도,
아무리 위급한 상황에 놓여도 연락하거나 도움을
청할 사람이 없는 사람, 그게 바로 노숙인의 현실이다.
거기서 노숙인의 정의를 이끌어 냈다. 노숙인은
돈, 직업, 집이 없는 사람이기 이전에
사람이 없는 사람이다.


- 최준영의 《가난할 권리》 중에서 -


* 우리 모두는
어떤 의미에서 '노숙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얼마쯤의 돈과 직업, 집이 있다 해도 '사람이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사랑받은 사람, 사랑을 줄
사람. 사람이 없다는 것은 삶의 의미가 없다는
뜻도 됩니다. 모든 것에서 의미를 잃어버린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자기 자신에게서
조차도 의미를 발견하지 못하는,
다른 말로 하면 희망을 잃은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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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은 가끔 우리를
좌절시키지만/슬픔은, 절대."
이렇게 시작하는 헬만의 시가 있다.
슬픔은 우리를 좌절시킬 수 없다. 슬픔은
좌절 너머에 있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슬픔에
빠져 있는 사람은 무기력하지 않다.
무기력할 겨를이 없다. 슬픔은
강렬하고 능동적인 감정이다.


- 박연준의 《듣는 사람》 중에서 -


* 슬픔은 우리 삶의
밑바닥에 깔려있는 기본 정서입니다.
슬픔의 반대는 기쁨이지만 하나, 한 몸입니다.
슬픔이 없다면 기쁨도 없고, 슬픔이 강렬할수록
기쁨도 강렬합니다. 정련된 금과 같은 것이
슬픔입니다. 슬픔이 아무리 깊다 해도
좌절할 필요가 없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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