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가운데 실리콘밸리은행(SVB)발 신용경색 리스크까지 더해지면서 각국의 기준금리 인상 행보가 전 세계 금융시스템에 '급격한 위험'이 될 수 있다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경고가 나왔다. 최근 크레디스위스(CS) 사례처럼 은행권 압박이 커질수록 가장 취약한 고리가 다음 타깃이 될 것이란진단이다. 상업용 부동산(CRE) 시장에 대한 우려도 재차 지적됐다.
재난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일이 현실에서 일어났다. 30년 만의 큰 폭설이 내린 미국LA인근 시에라네바다산맥에서 조난된 재미교포 산악인 정진택씨가 조난 58시간 만에 살아 돌아온 것.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기적적으로 돌아온 75세 생존자를LA에 거주하는 한국 산악인 신영철 필자가 만났다. -편집자
지난 2월 22일LA한인타운에서 재미대한산악연맹(회장 오석환)이 주관하는 행사가 열렸다. 지난 1월 22일 마운틴 발디(3,308m)에서 조난, 기적적으로 살아 돌아 온 정진택(75)씨를 초대한 환영 자리였다.
그는 체감온도 영하 30℃를 넘나드는 폭풍설 속에서 실종. 눈 속에서 2일간 비박 후 58시간 만에 살아 돌아온 기적의 주인공이다. 코끝, 손가락과 발가락 끝이 까맣게 변질된 동상을 입은 정진택씨를 만나 처절했던 생환 과정을 들었다. 월간<산> 2월호 '신영철 산 이야기'에서 썼던 것처럼, 같은 시기에 발디봉 정상에서 필자도 똑같은 위험을 맞았다. 그렇기에 감정이입이 남달랐다.
정씨는 종이에 발디봉 등반 루트를 그려가며 설명을 시작했다.'LA의 북한산'이라는 별칭답게 한국인들에게 사랑받는 발디봉. 그만큼 겨울산은 아름답지만 치명적인 위험이 상존하는 산이기도 하다. 이틀 밤의 눈 속 비박과 길을 잃고 낭떠러지 계곡을 헤맨 사실적인 증언들. 그 산을 잘 알기에 '정말, 이건 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올랐던 루트는, 겨울에만 올라갈 수 있는 '발디볼'이란 직등 루트입니다. 출발했을 때 강풍에 눈보라가 심했지만, 그동안 다섯 번인가 그 루트로 오른 경험이 있어 강행했지요."
"등산 준비는 좀 철저히 하는 편입니다. 배낭 속에는 여분의 옷과 물과 간식이 있었지요. 핫팩 4개와 에너지 젤과 바도 있었고요."
비벼주면 몇 시간 동안 뜨거워지는 핫팩은 참으로 고마운 존재였다. 바람은 더 거세지기 시작했다. 핫팩을 넣으려 장갑을 벗다가 그만 놓쳤다. 장갑 역시 어둠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설상가상 얼음도끼 피켈도 추락해 버렸다. 또 다른 헤드램프도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정씨는 무릎을 끌어안고 구부린 채 지옥 같은 어둔 밤을 보내기 시작했다.
"파워젤을 하나 입안에 넣었는데 먹을 수 없더라고요. 바람은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불어댔어요. 눈은 그쳤지만 강풍에 눈 표면의 설편들이 날아왔습니다. 금방 내 등에 10cm가 쌓일 정도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