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知勝有五(고지승유오)
승리를 판단할 수 있는 요소로는 다섯 가지가 있다.
知可以戰與不可以戰者勝(지가이전여부가이전자승)
싸울 수 있는 경우와 싸워서는 안 되는 경우를 아는 자는 승리한다.
識衆寡之用者勝(식중과지용자승)
많은 물량과 적은 물량에 대해 각각의 운용법을 아는 자는 승리한다.
上下同欲者勝(상하동욕자승)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목표하는 것이 같다면 승리한다.
以虞待不虞者勝(이우대불우자승)
준비를 끝낸 상태에서 준비하지 못한 자를 기다리는 자는 승리한다
將能而君不御者勝(장능이군부어자승)
장수가 유능하고 군주가 간섭하지 않으면 승리한다.
此五者(차오자)
이 다섯 가지가
知勝之道也(지승지도야)
승리를 예측할 수 있는 이치이다.
싸울 수 있는 경우와 싸워서는 안 되는 경우를 아는 자는 승리한다.
첫째 구절은 때와 관련된 언급이다. 저 한 구절로 표현되기는 쉽겠지만 실제로 저 구절을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철저히 개인의 능력이다.
지금 제품을 내놓아야 하는지, 아니면 시장에서 철수해야 하는지, 회사가 흑자를 보는 중이라도 여기서 그만두는 게 맞는지, 경영자는 수도 없이 고민해야 한다. 문제는 사회과학의 문제는 대조군을 설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경영자가 판단하였더라도 그 경영자의 판단이 맞는지 틀리는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문제이다.
많은 물량과 적은 물량에 대해 각각의 운용법을 아는 자는 승리한다.
둘째 구절은 물량의 운용에 대한 언급이다. 작은 회사를 운영하는 것과 큰 회사를 운영하는 것은 필히 다를 수밖에 없다. 투자받기 전 회사를 아무리 잘 운용했더라도, 투자받은 후 그 돈을 어디다 써야 하는지도 모른다면 투자가는 답답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목표하는 것이 같다면 승리한다.
장수가 유능하고 군주가 간섭하지 않으면 승리한다.
셋째와 다섯째 구절은 ‘목표에 의한 경영’의 핵심 구절이라고 할 수 있다. 피터드러커가 1950년대에야 ‘목표에 의한 경영(Management by Objective)’을 주창하였는데, 손무는 기원전 500년에 이미 ‘목표경영’을 주창하였으니 그 뛰어난 통찰의 깊이는 대단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을 수밖에 없다.
여기도 하나 짚고 넘어갈 어구는 ‘장수가 유능하고’이다. 상사의 간섭을 받지 않고자 하는 욕망은 모든 직장인이 가지고 있다. 그러나 유능한 사람의 이런 욕망은 기업에 도움이 되지만, ‘무능하고 용감한 직원’의 경우 회사가 돌이킬 수 없는 폐해를 입게 된다. 그래서 ‘임원진을 유능하게 만드는 것’이 기업의 또 다른 목표가 될 것이다.
준비를 끝낸 상태에서 준비하지 못한 자를 기다리는 자는 승리한다.
넷째 구절은 승리라는 것이 절대 쉽지 않은 것임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준다. 아무리 노력해도 상대의 허점이 있지 않으면 승리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이는 고대 로마시절의 명장부터 나폴레옹에 이르기까지의 서양의 병법론자들이 전쟁을 끊임없는 상호작용의 연속으로 본 관점과 상당히 유사하다. 이를 직접 경영에 적용해 볼 수는 없겠지만 때때로 ‘나는 과연 내 경쟁자들보다 더 준비하고 있는가’를 지속해서 고민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위 다섯 구절의 다음에야 이를 적용한 지피지기 백전불태의 구절이 나온다.
故曰(고왈)
그러므로 말한다
知彼知己(지피지기)
적을 알고 나를 알고 있으면
百戰不殆(백전불태)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不知彼而知己(부지피이지기)
적을 알지 못하고 나만 알면
一勝一負(일승일부)
한 번은 승리하고 한 번은 패배한다.
不知彼不知己(부지피부지기)
적을 알지 못하고 나도 알지 못하면
每戰必殆(매전필태)
전쟁을 할 때마다 반드시 위태로워 질 것이다.
보통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잘못 알려진 부분이 이 부분이다. 손자는 승리라는 것은 자기 자신이 만들어갈 수 없고, 반드시 상대의 실패를 동반해야 한다고 보았기 때문에 “지피지기면 백전불태(위태롭지 않음)”라고 표현했다.
손무의 손자병법은 동아시아 문화에서 오랜 시간동안 병법의 진수이자 삶의 전략으로서 인정받아 왔다.
즉, 내가 아무리 완벽해도 내가 결정하는 것은 ‘내가 위태로워지지 않는 것’까지이며, ‘내가 승리하는 것’은 상대방의 허점이 있어야 된다는 것이다.
손무가 작성한 5개의 KPI는 상당히 견고하고 잘 짜여있다. 일단 관리자가 무엇을 생각해야 되는지에 대한 화두를 상당히 깔끔하게 제시했다는 점에서, 2,500년이나 지난 지금도 이 구절과 비견될 수 있는 구절을 찾아보기는 상당히 어렵다.
https://ppss.kr/archives/26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