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에 필요한 재료를 소재라고 한다. 소재가 풍성하면 글쓰기가 보다 수월하다. 중요한 것은 공통분모가 될 수 있는 소재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에서 벗어난 소재들, 즉 공통성이 없는 소재들은 나열해 놓이면 도리어 산만해진다.
육하원칙(六何原則)이라는 게 있다. 영어로는 5W1H 원칙이라고 한다. 즉 누가(Who), 언제(When), 어디서(Where), 무엇을(What), 어떻게(How), 왜(Why)이다. 신문기사 등 사실문에 꼭 필요한 요소들이다.
육하원칙은 사실문에 금과옥조처럼 따라다니는 것이지만 사실 모든 글의 기초가 되기도 한다. 특히 글을 쓰는 초기 단계엔 이것을 기준으로 서술해 가기만 해도 글이 된다. 그러니까 건축을 할 때 시멘으로 바닥 콘크리트를 하듯 글쓰기의 토대가 된다.
따지고 보면 어떤 글이든 육하원칙에 뼈를 잇고 살점을 채워서 완성시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니까 신문 기사뿐 아니라 모든 글을 관통하고 있는 것이 육하원칙이다. 문학 작품도 여기에 해당한다. 심지어 시(詩)도 예외가 아니다.
문학작품 중 가령 소설을 예로 들어보자. 주인공을 비롯한 등장인물이 Who이다. 또 배경은 When, Where을 포함한다. 그리고 What, How, Why가 엮어 스토리(Plot)로 전개되는 것이다. 이것이 인과관계에 따라 진행된다.
일상의 글도 이것의 지배를 받는다. 글쓰기가 초보 단계에 있을 때를 상정하고 논리를 전개해보자. 가령, 길동이 초등 6학년 봄에 경주 불국사로 여행을 갔다고 치자. 관광버스 옆 자리에 순희가 앉았는데 평소 좋아하던 여자애였다.
5W1H를 모두 포함하고 있는 이 두개의 문장에 살만 붙이면 한 편의 글이 된다. 청초한 사랑을 주제로 한 수필이 나올 수도 있고, 기행문으로 쓸 수도 있다. 조금 더 욕심을 낸다면 황순원의 '소나기'와 같은 소설로 발전시킬 수도 있다.
글을 쓰고자 할 때 막연하게 느껴지거든 이 육하원칙에 준거해서 써 보라. 그럴 듯한 글이 될 것이다. 어디까지나 글쓰기용이라는 것을 생각하고, 쓰기에 엄두가 나지 않을 때 시도해 보라는 것이다. 일기 쓰기를 권유한 것도 이런 뜻에서임을 알리라.
사족(蛇足) 하나. 육하원칙에서 '육하(六何)'란? 육(六)은 여섯이라는 것을 쉽게 알겠는데, '하(何)'란 무슨 뜻인가? 이것은 '어찌'라는 뜻의 의문사이다. 그러니까 영어의 5W1H를 다 포함하고 있는 광범위한 의문사이다.
부연해서 설명하면, '어찌' 안에는 어느 사람(who), 어느 곳(where), 언제(when), 얼마(how), 무엇(what), 왜냐하면(why) 등의 뜻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아주 포괄적인 의문사이다.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적절한 조어(造語)란 생각이 든다.
다시 한 번 강조하자. 글을 쓰고 싶지만 막막할 때 자기 자신(나)를 주인공으로 해서 육하원칙에 입각해 글을 써 보자. 기사문 보도문에만 적용되는 육하원칙이 아니라 나의 이야기를 전개하는 데에도 아주 유용한 쓰기 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http://www.gcilbo.kr/news/articleView.html?idxno=15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