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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진 그림을
망쳤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오히려
번진 그림이라 울림이 있다는 것을 알아갔다.
내 그림도 번짐에서 시작되었다. 수묵의 점과 선은
화선지에서 퍼져나가 어떤 면을 만들었고, 나는
그것을 나무나 꽃·구름·숲이라고 이름 붙였다.
먹이나 물감을 묻힌 붓을 종이에 지그시 누르면
종이 결을 따라 다양한 형태의 번짐이 생긴다.
모두 다른 모양의 번짐이다.


- 필몽(최은진)의《붓의 기분》중에서-


* 저도 요즘 필몽 작가로부터
수묵 그림을 배우고 있습니다. 먹물의 번짐,
'붓의 기분'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번짐은
보는 시각에 따라 망친 것이 될 수도 있고, 전혀
새로운 그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오로지
화가의 생각과 붓끝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 인생도 그러할 것입니다.
번졌다고 낙망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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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본다는 건 꿈을 꾼다는 것
그림을 본다는 건 사랑을 한다는 것
세상살이 모든 고달픔과 시름과 걱정 내려놓고
어디론가 잠시 샛길로 빠져 걸어본다는 것
여럿이서도 좋겠지만 혼자라면
더욱 홀가분하고 좋은 것
(나태주의 시 중에서)


- 김두엽의《그림 그리는 할머니 김두엽 입니다 》중에서 -


*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꿈을 꾸고 사랑도 할 수 있는데
그림을 직접 그리면 어떨까요? 아마도
더 많은 꿈, 더 아름다운 사랑을 하지 않을까요?
글을 쓰고 시(詩)도 쓰고 그림을 그리는 것은
무에서 유를 만드는 창조 행위입니다.
전율과 흥분과 희열이 춤을 추는
무릉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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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은
연필로 나무 한 그루 그리는 일이다
선 하나 그으면
앞서 그린 선이 지워진다
잎사귀 그리면 줄기가 지워지고
둥치 없어진 자리엔
흰 구름이 들어선다
무한정 그려도 제대로 그릴 수 없이
늘 한 군데가 모자란 짝짝이 눈이거나
콧구멍이 없는 기형의 얼굴,
못 갖춘 마디
마디와 마디 사이


- 김정숙의 시집 《구석을 보는 사람》 에 실린
  시 〈마디〉 전문에서 -

* 꽃을 떨궈야 열매가 달리고,
열매를 떨궈야 씨앗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하나가 소멸되어야 다른 하나가 탄생합니다.
선과 선, 마디와 마디 사이에 무궁한 그림이
펼쳐지고 자연의 원리가 작동합니다.
모든 것은 마디가 있고, 틈이 있어
생명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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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목眼目'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사물을 보고
분별하는 견식'이라고 사전에 나온다.
'멋진 걸 보는 눈'이다. 흔한 일상의 장면 중
어디의 무엇을 봐야 아름답고 멋진지 찾을 수
있는 눈이다. 그림은 안목을 배우기에 좋다.
뭘 그려야 하는지 찾아야 하니까 눈이
엄청 바쁘기 때문이다.


- 이기주의 《그리다가, 뭉클》 중에서 -


* 사람의 수준을 말할 때
흔히 '보는 눈이 높다, 낮다'라고 표현합니다.
안목의 눈높이는 그 사람을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가
됩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도 그런 뜻입니다.
멋진 걸 보는 눈, 그 안목을 높이기 위해서는
내면의 시야가 더욱 깊어져야 합니다.
그 훈련 중의 하나가 그림입니다.
평범한 일상에서도 예술을
그려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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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가지,
글쓰기에서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의 하나는 '여백'이다.
종이를 꽉 채운 것보다는 여백 있는 그림이
보기에 편하다. 생각할 공간과 여지도 더 많다.
글도 마찬가지이다. 설명으로 가득 찬 글은 읽기가
벅차다. 글 쓴 사람이 설명을 다 해주기 때문에
달리 생각할 필요도 없다. '설명'을 하기보다는
그림을 그리듯 '현장'을 보여주는 글이 낫다.


- 공상균의 《바람이 수를 놓는 마당에 시를 걸었다》 중에서 -


* '위대한 책은 행간이 넓은 책'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고전들은 행간이 넓습니다.
여백이 있고, 글이 곧 그림 같다는 느낌을 줍니다.
사람도 나이가 들고 삶의 지혜가 쌓여가면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행간이 이윽고 보일
때가 있습니다. 여백도 생깁니다.
삶의 기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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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리는
사람의 성별, 나이, 인종,
또 그가 잘생겼는지 못생겼는지,
훌륭한지 그렇지 않은지, 입은 옷이
색을 칠했을 때 예쁜 색인지, 그를 둘러싼
배경이 충분히 아름다운지는 중요하지 않단다.
적어도 내게는 말이야. 내 그림에서 중요한 것은
그를 그렸을 때의 내 마음이지. 그리고 마음을
그림에 담아내는 섬세함과 정성이야.
마음을 담아내는 섬세함과
정성이야."

- 다인의《사는 게 쉽다면 아무도 꿈꾸지 않았을 거야》중에서 -


* 우리는 누구나 화가입니다.
자기 인생의 그림을 그리며 살아갑니다.
그림은 손으로 그리지만 시작은 마음에서 비롯됩니다.
마음 상태에 따라 그림의 색깔과 꼴이 달라집니다.
섬세하고 디테일이 살아있는 밑그림이 마음에
담겨 있어야 손끝 붓끝이 따라갑니다.
마음의 이미지, 마음의 색깔이
그림에 투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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