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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죽은 후
나는 상실을 안고 살아야 했다. 동시에
내 삶을 떠받치던 구조물이 무너져버렸다.
이제 아침에 일어날 이유가 없었다. 의사를
보러 갈 때나 병원에 갈 때 그와 동행해야 할
필요도 없었다. 그가 죽은 후 장례식에서 잠깐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을 뿐이다. 그다음에는
암흑이 찾아왔다. 엄청난 슬픔, 내가 아침에
일어날 이유를 제공했던 그 모든 것들에
대한 그리움이 암흑처럼 다가왔다.


- 메흐틸트 그로스만, 도로테아 바그너의
《늦게라도 시작하는 게 훨씬 낫지》 중에서 -


* 세상이 멈추고
암흑으로 변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빛이 사라지고 온 세상이 깜깜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빛이 사라지고 난 뒤에야
빛의 존재가 얼마나 귀하고 소중했는지 비로소
깨닫습니다. 상실, 슬픔, 그보다 더 애절한 그리움이
마음을 아프고 시리게 합니다. 아침에 일어날 이유가
없어진 일상에서, 휑 빈 방에서, 그래도 다시 일어나야
합니다. 살아생전 놓쳤던 것들을 되살리며
두 사람 몫의 빛을 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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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어르신이 하신
말씀이 아직도 생각납니다.
"이틀 비 오면, 다음 날은 비가 안 와.
살면서 사흘 내내 비가 오는 것을 못 봤어."
맞습니다. 슬픔도 기쁨도 오래가지 않습니다.
삶의 짙은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입니다. 어찌 되었든,
우리 인간의 선택과 판단, 예측에는 자기만의 이유가
있습니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직관이나 영감의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내일 비가
오는 것은 오늘 비가 온 것과
별개의 일입니다.


- 반은섭의《인생도 미분이 될까요》중에서 -


* "이틀 비 오면, 다음 날은 비가 안 와."
아닙니다. 요즘은 달라졌습니다. 지구온난화 탓에
날씨를 종잡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어르신의
삶의 경험에서 나온 말씀은 여전히 귀중한 잠언으로
받아들일 만합니다. 기쁘다고 해서 너무 좋아하지
말고, 슬프다고 너무 슬퍼 말고, 비가 오든 말든
언제나 희망을 품고 긍정적으로 살라는
뜻과 지혜가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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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조금 손해 봐도 기분 덜 나쁜 게 낫다'는
생각이 불필요하게 시시비비를 따지지 않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 대신 내 기쁨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다. 저 사람의 어두운 감정에
똑같이 반응하면 그게 더 손해 아닌가 싶은
마음도 있었다. 일희일비하는 사람에게
장단 맞추듯 계속 좌지우지된다면,
즐겁게 보낼 수 있는 시간을
빼앗기는 것일테니까.


- 김혜령의《이게, 행복이 아니면 무엇이지》중에서-


* 기쁨도 전염됩니다.
슬픔은 더 잘 전염됩니다.
내 안의 기쁨을 다른 사람의 슬픔에 밀려
빼앗긴다면 참으로 못나고 부질없는 일입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내 기쁨을 빼앗겨서는 안됩니다.
내 기쁨을 두 배 세 배로 배가시킨 막강한 전염력으로
타인의 슬픔과 우울함을 쓸어내 버린다면
이보다 좋은 일이 또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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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슬픔을
보듬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해가 지면 버거운 삶도 저물까요?
절망은 답이 없습니다. 밤의 대지는
깊이 품어두었던 빛을 투사하기 시작합니다.
어둠 너머 아름다움을 찾는 눈. 어둠 속에서
빛을 보는 눈. 내 무딘 일상이 당신의
뒤척이는 날을 품을 수 있을까요?
슬픔은 살아갈 힘이 될까요?


- 백상현의《길을 잃어도 당신이었다》중에서


* 당신의 슬픔이 나의 슬픔입니다.
당신이 느끼는 절망이 나의 절망입니다.
그래서 당신의 슬픔, 당신의 절망을 내 가슴에
품습니다. 놀랍게도 조금씩 빛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우리가 하나임을 느끼는 순간 슬픔이 기쁨으로,
절망이 희망으로 바뀝니다. 살아갈 힘이
생깁니다. 당신의 존재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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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가 되었다.
보랏빛 의자에 앉아서
책을 읽을 준비가 되었다는 말이다.
오랫동안 책은 내게 다른 사람들이 삶을
어떻게 살아가는지, 삶의 슬픔과 기쁨과 단조로움과
좌절감을 어떻게 다루는지 내다보는 창문이 되어주었다.
그곳에서 공감과 지침과 동지 의식과 경험을 다시
찾아보려 한다. 책은 내게 그 모든 것을,
그 이상의 것을 줄 것이다.

- 니나 상코비치의《혼자 책 읽는 시간》중에서 -


* 보랏빛 의자에 앉아서
과연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요.
차를 마실 수도 있고 창밖 풍경을 바라볼 수도
있겠지요. 뭐니 해도 책을 읽는 것이 가장 어울리는
모습은 아닐까요? 보기만 해도 여유롭고 편안하고
지적 매력이 풍겨납니다. 삶의 창문을 확장시키는
의미 있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보랏빛 의자와
책을 읽는 사람, 가장 멋들어진 조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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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해진 시인들은 울지 않는다. 
슬픔의 심경이면 그 슬픔의 원천을 찾아내고 
그것이 무엇인지 생각했다.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이 원래 힘든 일임을 알았다. 삶에는 만남과 
이별이 있고, 기쁨과 슬픔이 공존한다. 인생은 
원래 꿈같은 것이며 흘러가는 것이다. 그러니 
이별에 앞서 울고, 뜻을 펴지 못해서 
탄식하지 않는다. 


- 안희진의《시인의 울음》중에서 - 


* 그렇지 않습니다.
시인들은 익어갈수록 많이 웁니다.
슬픔의 우물이 너무 깊어서 울기도 하고
슬픔이 기쁨으로 바뀌는 순간의 감동 때문에
울기도 합니다. 시인에게는 삶의 모든 파편들이
시의 재료가 됩니다. 아픈 이별과 절망조차도
시가 됩니다. 그래서 또 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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