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과 서비스에는 그것이 존재하게 된 배경과 필연성, 그리고 이야기와 의미가 깃들어 있다. 하지만 일단 가격이 붙어버리면 돈은 그 물건의 가치를 숫자라는 기호로 멋대로 재단해 버린다. 마치 강력한 표백제로 때 묻은 셔츠를 빨았을 때 색깔과 모양까지 지워져버리는 것과 같다. 애초에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돈은 모든 것을 새하얗게 닦아버린다.
-야마구치 요헤이의 《나는 돈이 된다》 중에서-
* 우리말 속담에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가격만큼의 가치를 갖는다는 뜻이겠지요. 물건의 가치가 가격을 정하는 척도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가격이 그 물건의 가치를 규정짓기도 합니다. 시대의 유행과 인간의 허세가 돈의 위력과 맞물려 거품 경제가 생겨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내가 예상치 못한 점은 치매에 걸린 배우자를 돌보는 일이란 아무리 큰 사랑과 헌신을 바쳐도 고작 4년 만에 막다른 길에 몰려 날마다 죽을 것 같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는 것이었다. 내가 할 수 있고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했다. 그러다 깨달았다. 아무리 ‘도움이 되는 일’이라 해도 어디까지나 일시적일 뿐이라는 것을.
-정추위의 《아주 느린 작별》 중에서-
* 얼마나 힘이 들까요? 가족을 알아보지 못하고, 스스로조차 망각하는 끝없는 블랙홀 같은 어둠 속에서 무너지고 추스르기를 반복한 지 4년여라면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닐 텐데요. 그나마 정작 당사자는 하나도 알지 못하니, 치매는 무섭습니다. 서로가 너무 안타깝습니다.
우리는 무언가를 상실하고 그 현실을 스스로 바꿀 수 없을 때 슬퍼한다. 그래서 명성, 돈, 사회적 지위, 관계, 특정한 사람 등, 과거나 현재에 자신에게 중요한 것을 잃으면 슬퍼한다. 진화심리학자들은 슬픔이 생각을 재정비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슬픔에 유익한 면이 있다는 사실은 연구로도 뒷받침된다.
- 바버라 블래츨리의《슬픔의 발견》중에서 -
* 아기는 아프면서 자랍니다. 아프고 나면 뒤집기도 하고, 일어서기도 하고, 뒤뚱거리며 혼자서 걷기도 합니다. 한 단계 쑥 성장합니다. 그래서 '지혜열'이라고도 합니다. 슬픔은 그 '지혜열'일지도 모릅니다. 슬픔을 극복한 후에는 부쩍 성숙해진 자신을 발견하기도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