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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숨결, 봄기운

 

우리의 삶이
행복과 기쁨을 추구하는 맑은 공간이라면,
때로는 얼어붙은 추위 못지않은 침묵과 고독이
있으리라. 그러나, 우리 목숨이 저 송사리 떼의
봄 숨결을 닮았다면, 그 무엇이 걱정이겠는가.
세상적인 명예와 호의호식이라는 순간적인
기쁨에서 초월하여 훈훈한 봄기운을
깊이 호흡할 수 있음에랴.


- 이숙자, 오정근의《글춤》중에서 -


* 삶에는 기쁨의 시간도 있지만,
침묵과 고독의 시간도 찾아옵니다.
그러나 그 또한 우리를 더 깊어지게 만드는
과정일지 모릅니다. 겨울 끝에 봄이 오듯,
마음 깊이 봄 숨결과 봄기운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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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넋(魂)

 

넋(魂)은
사람에게만 있는 걸까.
매일 밤 감자 창고에서 살이 찢어지는
고문을 당하다 다음 날 아침 총소리와 함께
주검으로 변한 모습을 바라보는 성산은 넋이 없을까.
혼魂은 죽어야만 있는 걸까. 성산을 들렀다. 일제가
자기 몸에 뚫어 놓은 18개의 갱도 진지의 귀로
총구 앞에서 서 있는 생명의 소리를 들었고,
조선시대 외세의 침입을 막기 위하여
산의 정상에 만들어 놓은 성산봉수의
눈으로 그 모습을 보았다.


-  고수향의《이게 성산이다》중에서 -


* 굴곡진 역사의 현장을
성산이 어찌 보고 듣지 않을 수 있었을까요?
육신은 스러져 흙이 되고, 혼은 흩어져 바람이 되고,
지수화풍(地水火風), 어느 것 하나 넋이 아닌 것이 있을까요?
그러기에 장소에 따라 알 수 없는 기운에 숙연해지기도 하고,
평안해지기도 하고 두려워지기도 합니다. 성산이 지켜보는
역사는 과거가 아니라 함께 숨 쉬는 현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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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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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젓가락과 나무젓가락, 어느 쪽이 쉬운가?

 

한국인은 왜 손재주가 좋을까?
이 놀라운 손재주는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쇠젓가락과 나무젓가락 중 어느 쪽이 더 정교한
손놀림이 필요할까? 말할 것도 없이 쇠젓가락이다.
우리는 그 어려운 쇠젓가락으로 콩자반 하나,
깻잎 한 장, 가느다란 멸치, 심지어 김치도
찢어 먹고, 미끌미끌한 해삼도 들어 옮긴다.
이처럼 정교한 한국인의 손재주는 우선
나노기술의 결정판인 '반도체 산업'에
고스란히 스며들어 경쟁우위
요소가 되었다.


- 홍대순의 《한국인 에너지》 중에서 -


* 우리 한국인은
어릴 때부터 젓가락질을 배웁니다.
처음에는 서투르지만 점차 익숙해집니다.
밥상에는 숟가락과 젓가락이 나란히 놓입니다.
쇠젓가락이든 나무젓가락이든 상관없습니다.
난이도 높은 외과 수술처럼 손끝의 섬세함이 요구되는
기술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평가받고 있고,
반도체 산업과도 연결된다니
미소가 지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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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것들은 꽃과 같다

 

"이 세계의 좋은 것들은 꽃과 같다.
사람들이 꺾지 않아야만 그것들의 향기와
아름다움이 보존된다." 세계를 인간적 목적에
종속시키는 대신에 세계에 관조적으로 다가가는
태도는 오늘날 과거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하다.
바라보기야말로, 하염없이 머무르는 관조적
주의야말로 정신과 세계 사이의 파괴된
동맹을 재건하기 위한 열쇠다.


- 한병철의 《신에 관하여》 중에서 -


* 모든 것은
저마다의 존재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이 온전할 때, 개체와 전체가 조화를 이룹니다.
이를 일러 자연이라 합니다. 나와 너, 그리고
우리가 되는 세상 속에서 비로소 진정한
아름다움은 꽃피어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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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막사발

 

조선의 막사발은 겉으로 보면
아무렇게나 막 만든 것처럼 생겼다.
한국인들은 막사발을 보면 대체로 촌스럽다,
초라하다, 허술하다는 반응이다. 반면에 일본인들은
완전히 다르다. 일본에서는 이 막사발이 다기용
'이도다완'으로 국보 26호로 당당히 지정되었다.
조선의 막사발은 일본 무사들이 영주로부터 받는
최고의 선물이었다고 한다. 어떤 일본 도공은
'이런 그릇을 하나라도 만들면 소원이
없겠다'라며 으뜸 중의 으뜸으로
자리매김했다.


- 홍대순의 《한국인 에너지》 중에서 -


* 일본의 다도에서는
말차를 막사발에 마십니다.
'이도다완'은 당시 집 한 채 값이었다고 합니다.
두 손으로 감싸듯 쥐고 차를 마신 뒤, 귀한 막사발을
감상합니다. 단정히 앉아 충분히 바라본 후 조심스레
내려놓습니다. 섬세하고 정교한 일본의 찻잔보다
우리나라의 막사발이 말차와 더 잘 어울립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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