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지인 '철의 십자가'에 도착했을 때, 언젠가부터 나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걷던 독일 여자가 보였다. 십자가에 무언가를 매달고 있었다. 나도 '주차 카드'를 꺼내 들고 돌멩이가 쌓인 작은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고 그때 내 옆으로 내려오던 독일 여자를 슬쩍 보았다. 울고 있었다. 우는 얼굴을 보면 알 수 있다. 슬픔의 깊이가 어느 만큼인지.
- 황주하의《그 길 위의 모든 것들 고마워》중에서 -
* 슬픔의 우물이 너무도 깊어 눈물이 마중물이 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바짝 마른 논밭처럼 쩍쩍 갈라진 영혼의 상흔이 드러납니다. 감히 재단할 수 없는 그의 슬픔에 신의 은총을 구해봅니다.
그렇다. 사람들은 어떤 이유 때문에 자살하지만, 그 이유는 그저 자살 직전의 순간에 이르게 한 것뿐이다. 결국 벼랑 끝까지 몰고 간 것, 고인이 '오늘이 그날이야, 더는 견딜 수 없...'이라는 결심을 하게 만든 것은 가장 사소한 것일 수 있다. 카뮈는 이 점을 정확히 짚어 내고 있다. 상황이 악화하면 절대 자살하지 않을 것 같던 사람이 점차 자살 충동을 느끼게 되고 점점 더 실의에 빠지다 마지막 한 번의 사소한 일이 결국 '이제 충분해'라고 말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 클랜시 마틴의 《나를 죽이지 않는 법》 중에서 -
* 만약 삶에서 경험하는 모든 것들이 내가 체험하기로 결정하고 온 것들이라면 그것을 겪어내야 할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원망할 타인은 없는 것이지요. 나는 온전히 내 삶의 책임자입니다. 이것을 알게 될 때, 비로소 내가 나를 죽이는 일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강도 안개에 젖는다. 그리하여 내 시야 끝에서 강은 안개와 하나가 된다. 이제 강은 안개이고 안개는 곧 강이다. 안개는 서로 하나된 사랑의 끝에서 강을 하늘로 들어올린다. 안개 속에서 강은 하늘로 흐른다. 하늘로 올라가 하늘과 섞인다. 강은 끝내 하늘에서 사라진다. 안개는 강을 하늘로 들어올린다. 나는 안개에 홀린 나머지 안개에 휩싸인 강의 눈썹이라도 밟아보려고 애를 태웠다.
- 박인서의《너에게 미치도록 걷다》중에서 -
* 강과 안개는 모습을 달리 한 하나입니다. 때로는 강물로, 때로는 안개로, 형태를 바꾸어 모습을 드러냅니다. 질료는 하나이지요. 우리도 언젠가 몸이 생명을 다하면 지수화풍 사대 원소로 돌아갈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 나의 나 되어있음이 감사할 뿐입니다.
많이 남아 있지 않은 시간이기에 소중한 사람들과의 사이에서 사랑의 물길을 확보하고 생명의 물이 흐르도록 하는 것,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덜 중요한 것들을 쳐내면 중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겠지요. 나무의 윗동과 가지를 친 건 죽이는 일이 아니라 살리는 일이었습니다. 뿌리를 보전하고 둥치가 더 잘 크게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 이병남의 《오늘도 성장하고 있습니다》 중에서 -
* 삶이 너무 많이 버거울 때는 비 오는 날의 연잎을 떠올립니다. 커다란 연잎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빗방울이 모이면 잎을 아래로 기울여 빗방울을 비워냅니다. 우리 삶도 이와 같습니다.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곁가지들을 쳐내는 것이 남은 삶을 지혜롭게 사는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