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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산골은
영하 20도의 한천이다.
칼바람에 맞서 하늘을 몰아쉬어 하얀 입김으로
가슴을 턴다. 여위어가는 움막 캠프 난로에 장작을 지피고,
살아 있음을 고맙게 여기며, 뜨거운 방 아랫목에 누워
눈 속에 뒹구는 호사를 상상한다. 이해가 끝나는
혹한의 모색 속에 홀연히 나와 마주한 석양...
겨울은 이제 그냥 쓸쓸한 퇴적으로
사라지지 않는다.


- 박상설의 《박상설의 자연 수업》 중에서 -


* 산골의 칼바람.
훅! 코끝에서 가슴으로 파고들어 숨이 막힙니다.
영하 20도, 혹한의 추위가 안겨주는 정적의 순간입니다.
숨마저 멈춘 영겁의 고요한 순간, 쌓인 눈밭을 뒹굴면
오히려 몸의 따뜻한 기운이 살아납니다. 추우면서
따스하고, 가슴은 따스한데 코끝은 칼바람에
얼어붙는 그 쓸쓸한 이중성, 차가운 겨울이
안겨주는 특별한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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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눈물이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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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 벨로 Saul Bellow는
1952~1957년에 소설을 집필하는 동안
가공할 만한 집중력을 발휘했다. 그는 어느
인터뷰에서 "그 책을 일종의 광란 상태에서
써 내려 갔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또 이렇게 썼다.
"긴장을 풀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된다. 이것이
예술의 법칙이다. 노력 없는 집중이야말로
창작의 본질이라 할 만하다." 한마디로
애쓰지 않기 위해 애쓰라는 말이다.


- 냇 세그니트의 《우리는 왜 혼자이고 싶은가》 중에서 -


* 흔히들 '신들린 듯이'라고 말합니다.
글을 쓰다 보면 때로 나도 모르게 신들린 듯이
써질 때가 있습니다. 무아지경 상태에서 무서운 집중으로
몰입하여 써 내려가는 것입니다. 그것은 머리를 쥐어짜거나
고심에 고심을 거듭해서 한 자 한 자 쓰는 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생각을 멈추고 손끝에 영감이
찾아올 때까지 기다릴 때 가능한 일입니다.  
나를 비우고 기다리며 애쓰지 않기 위해
애쓰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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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괴테는
이탈리아로 가기를 그토록 열망했을까?
왜 하필 지금 가야 했을까? 남쪽을 향한
괴테의 갈망은 1786년의 따분한 여름이 새로운
기폭제가 되어 마침내 실행에 옮겨졌다. 〈이탈리아 기행〉
(그의 여행 기록은 나중에 이런 제목으로 출간되었다)에서
괴테는 그해 9월에 푸른 하늘과 따뜻한 공기가 절실히
필요했다고 몇 번이고 강조한다. 무엇보다도 그는
바이마르 궁정의 추밀 자문관 같은 공적인 의무를
수행하느라 빚어진 창작의 마비 상태에 고통을
받았다. 오늘날 흔히 쓰는 말로 하자면,
괴테는 작가로서 슬럼프에
빠진 것을 괴로워했다.


- 벤 허친슨의 《미드라이프 마인드》 중에서 -


* 괴테 같은 대문호도
창작의 마비 상태를 경험하고, 극심한 슬럼프에
빠질 때가 있습니다. 그때는 '푸른 하늘과 따뜻한 공기'를
찾아 떠나야 합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내면에서 줄곧
떠밀림을 당할 때, 내 영혼이 '떠나라'라고 메시지를
보낼 때, 그때는 현실이 녹록하지 않더라도
내면의 안내를 따라 떠나야 합니다.
선지자나 예술가들이 종종 그렇듯
스스로도 납득하지 못 한 채
이끌리듯 떠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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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기도하던 날들이 있었다.
'하나님 저 좀 구해주세요. 간절히
기도하면 뭐든 들어주는 분이라면서요.'
하지만 울며 기도할 때마다 침묵, 침묵뿐이었다.
번데기처럼 웅크리고 앉아 울다 잠이 들었다.
길고 따뜻한 꿈을 꿨다.
나는 작은 아이였다.


- 이수진, 고미진의 《내:색》 중에서 -


* 누구나 한 번쯤은
절절한 기도를 해봤을 것입니다.
기도가 아니라 원망과 비탄으로 울부짖고
절규했던 때도 더러 있었을 것입니다. 나날이
평온하면 기도하지 않습니다. 생사가 갈리고
절망과 두려움으로 가득할 때 비로소 외치듯
기도합니다. 그러다 응답도 없다며 돌아섰을
것입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알게 됩니다.
응답 없음이 곧 응답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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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우리 마음의 문이
활짝 열릴 때까지 끊임없이 반복해서
부숴뜨린다. 영혼의 어두운 밤을 통과하지
않고서는, 당신이 믿었던 모든 것들과 과거에 했던
모든 생각들을 완전히 소멸하지 않고서는
다시 태어날 수 없다.
(하즈라트 이나야트 칸)


- 미셸 하퍼의 《부서져도 살아갈 우리는》 중에서 -


* 신은 바다와 같습니다.
바다는 끊임없이 파도를 일으켜
산산이 부숴뜨립니다. 큰 파도 작은 파도가
밤낮없이 바위에 부딪쳐 파편처럼 깨집니다.
그렇게 부서지고 깨지면서도 다시 하나가 되어
바다로 나갑니다. 사랑도 바다와 같습니다.
서로의 마음의 문이 열릴 때까지 알알이
깨지고 부딪치면서 영혼의 어두운 밤을
지나갑니다. 마음의 문이 열려야
다시 태어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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