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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이별하는 법을 배울 때
나이테를 만든다

세상의 이별이란 모두 슬퍼
어떻게 이별하는 것이 덜 아플지
속 깊이 염려할 때
나무는 사랑을 배운다

이별하지 않으면 안 될 때
나무는
사랑한 기억의 무늬 한 겹을
가슴에 새겨 넣는 것이다


- 권효진의 시집 《카덴자의 노래》에 실린
  시 〈나이테〉 전문 -


* 모든 역사는 반복됩니다.
그러나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동심원을 그리며
자라납니다. 나무도 작은 원에서부터 한 겹 한 겹
바깥으로 커갑니다. 해마다 하나씩 어김없이
나이테를 만듭니다. 사랑의 기억, 아픔의
기억들을 삼키며 아름다운
동그라미를 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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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잎

 

화려한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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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담히 보내 주면
이별이 덜 아플 줄 알았다.
마음은 덜 시끄럽고 기분은 덜 더러울 줄 알았다.
이별 앞에서 울고불고하는 나 자신이 싫었었다. 어떻게든
남은 인연의 끈을 붙잡아 보려는 노력에 지쳤었다. 울어도 보고
떼를 써 봐도 상대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그러지 않기로
했다. 구질구질한 이별을 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당신은
쉽게 보내줬다. 헤어지자는 말에 당신의 의견을 존중해
주는 척 "그래"라고 말하며 눈물을 삼켰다. 쉽게 보냈다.
겉으로는 그랬다. 그런데도 마음은 시끄러웠다.
그런데도 기분은 더러웠다.


- 차재이의《새벽은 이별에게 가혹하고》중에서 -


* 이별의 방식에 정답은 없나 봅니다.
쿨한 척이고 뭐고 어차피 끝나는 마당에 마음에 담아 둔
못다 한 말이라도 전하는 게 맞나 봅니다. 이렇게 응어리가 남아
털어내기 힘들 거면, 덤덤히 보내 줘도 아플 거면, 아직도
"좋아한다" 말 한마디 더 해볼 걸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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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은
평생 지속되는 삶의 한 요소이며
사는 동안 반복되는 일임을 받아들인다.
이별이나 죽음을 파괴자, 침입자, 도둑처럼
느끼는 시간들에서 벗어난다. 무엇보다
명백한 진실은 우리 모두 수십 년
이내에 죽을 것이라는 점이다.


- 김형경의《좋은 이별》중에서 -


* 삶은 이별의 연속입니다.
끊임없이 이별하고, 헤어짐을 반복합니다.
이별을 목도했을 때 제대로 슬퍼해야 합니다.
잘 먹고, 잘 싸고, 잘 우는 아기가 건강하듯이
잘 울고, 맘껏 아파해야 건강한 사람입니다.
마음껏 아파하고, 슬퍼하세요. 눈물이
마른 후에, 좀 더 깊은 내면을 가진
자신을 만날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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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의 이유가
이별의 이유가 된다.
냉철해 보여서 좋았는데
날카로움에 베일 수도 있고,
열정적이어서 좋았는데 감당하기 벅찰 수도
있다. 결정적으로 이별은 사소한 사건을
계기로 이뤄진다. 사소한 사건이지만
그 조그만 사건에 너와 나의
모든 것이 다 들어 있다.


- 권석천의《사람에 대한 예의》중에서 -


* 좋아서 만나고
싫어져서 헤어집니다.
그 좋음과 싫음의 이유가 같습니다.
같은 하나인데 뜻이 둘로 갈라져 정반대의 것으로
해석되었을 뿐입니다. 그 사이에 '사소한 사건'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전혀 문제될 것 같지 않은
작은 일이 빌미가 되어 '정말 좋았던 것'이
'정말 싫은 것'으로 바뀌면서
이별의 이유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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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해진 시인들은 울지 않는다. 
슬픔의 심경이면 그 슬픔의 원천을 찾아내고 
그것이 무엇인지 생각했다.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이 원래 힘든 일임을 알았다. 삶에는 만남과 
이별이 있고, 기쁨과 슬픔이 공존한다. 인생은 
원래 꿈같은 것이며 흘러가는 것이다. 그러니 
이별에 앞서 울고, 뜻을 펴지 못해서 
탄식하지 않는다. 


- 안희진의《시인의 울음》중에서 - 


* 그렇지 않습니다.
시인들은 익어갈수록 많이 웁니다.
슬픔의 우물이 너무 깊어서 울기도 하고
슬픔이 기쁨으로 바뀌는 순간의 감동 때문에
울기도 합니다. 시인에게는 삶의 모든 파편들이
시의 재료가 됩니다. 아픈 이별과 절망조차도
시가 됩니다. 그래서 또 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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