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지만 보내야 하겠어 텅 빈 적막 늦가을의 고요 자꾸만 지워지는 이름 앞에 붙들고픈 십일월! 아직도 욕심의 언저리 벗어나지 못하고 늦가을 저녁의 풍요를 꿈꿨어 해는 자꾸 서쪽으로 기울잖아 이젠 십일월의 나무처럼 내려놓을 때가 되었어 - 배귀선의 시집《회색도시》에 실린 시〈십일월〉중에서 - * 11월. 가을의 끝자락입니다. 화려한 단풍 색깔도 빼앗기듯 지워지고 나무들도 앞 다투어 맨몸을 드러내고 맙니다. 점점 고요해지는 11월의 숲. 벌거벗은 나무들이 서로를 부둥켜안고 다시 꽃피는 날을 그리며 겨울 채비에 들어갑니다. 어느 덧 겨울입니다. 해가 기웁니다.
만약 당신이 우울하거나 불안하거든 곧 진지한 일에 착수하라. 쉽사리 그렇게 할 수가 없을 경우에는 이웃에게 적은 기쁨이나마 주도록 하라. 그것은 언제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그렇게 하는 것이 기쁨이다. - 칼 힐티의《잠 못 이루는 밤을 위하여》중에서 - * 몸이 지쳤을 때 꿀물을 마시듯 마음이 아프고 힘들 때 한 모금 기쁨을 마십시오. 스스로 기쁨을 마시기가 어렵거든 누군가에게 기쁨을 주십시오. 남에게 기쁨을 주는 것이 나에게도 기쁨을 얻는 것입니다. 기쁨이 기쁨을 낳습니다.
내가 만일 다시 젊음으로 되돌아간다면, 겨우 시키는 일을 하며 늙지는 않을 것이니 아침에 일어나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이 되어 천둥처럼 내 자신에게 놀라워하리라. 신(神)은 깊은 곳에 나를 숨겨 두었으니 헤매며 나를 찾을 수밖에 그러나 신도 들킬 때가 있어 신이 감추어 둔 나를 찾는 날 나는 승리하리. 길이 보이거든 사자의 입속으로 머리를 처넣듯 용감하게 그 길로 돌진하여 의심을 깨뜨리고 길이 안보이거든 조용히 주어진 일을 할 뿐 신이 나를 어디로 데려다 놓든 그곳이 바로 내가 있어야 할 곳. - 구본형의《미치지 못해 미칠 것 같은 젊음》중에서 - * 살면서 항상 답답했습니다. 목이 마르고 숨이 찼다고 해야 할까요. 좋은 마음, 행복한 마음으로 세상을 건너고 싶지만 언제나 작은 일들에 상처받는 내가 ..
더 세게? 좀 더 세게? 배추는 꼭 껴안은 연습으로 평생을 나지. 무는 땅속에 거시기를 콱 처박고는 몸을 자꾸 키우지. 그래, 처녀 속곳인 배추 품에 무채양념으로 속 박는 거여. 김장김치 하나에도 음양의 이치가 있어야. 무나 배추 한 가지로만 담근 걸, 그래서 홀아비김치라고 하는 겨. - 이정록의 시집《어머니 학교》에 실린 시〈홀아비김치〉중에서 - * 배추김치, 무김치, 물김치, 백김치, 총각김치, 홀아비김치... 갖가지 김치가 있습니다. 맛도 솜씨마다 집집마다 모두 다 다릅니다. 김장을 할 즈음이면 어느덧 한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날 준비의 시작입니다.
누구나 병에 걸리면 자신의 몸 전체를 느낍니다. 자기와 제일 가까운 것이 자기 몸입니다. 그러나 자신과 제일 가깝다는 자기 몸을 자기가 보지 못한다는 것은 여간 큰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 이어령의《지성에서 영성으로》 중에서 - * 내 몸인데 내 몸 같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내 몸을 내가 마음대로 느낄 수 없습니다. 내 몸을 제대로 바라보고 제대로 느끼는 것, 그것이 이 시대의 명상이고 힐링입니다. 그래야 내 몸을 오랫동안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도록 도와줄 아주 손쉬운 몸짓 하나를 제안한다. 바로 포옹이다. 6초 이상 지속되는 포옹. 그래야 뇌에서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는 화학작용이 확실하게 일어날 수 있다. 이때 사랑을 담은 진실된 마음으로 포옹해야 한다. - 엘사 푼셋의《인생은, 단 한번의 여행이다》중에서 - * 단 6초면 충분합니다. 단 6초가 둘을 하나되게 합니다. 아무리 얼었던 사람도 녹아내립니다. 몸을 녹이고 마음을 녹이고 세상을 녹입니다. 가장 따뜻하고 가장 안전한 호르몬 주사입니다.